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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ㆍ기아 중고차 2년]② 신차급 품질에도 가격 경쟁력 한계…생태계 무시한 차별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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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08 05:00:25   폰트크기 변경      
예견된 현대차 굴욕…해법은

고비용구조에 소비자반응 ‘미지근’
규제 해소 계기로 사업 다각화 전망
내부선 ‘라이트 인증’ 도입 등 거론
보증 중고차로 선회 적극 검토


현대차 인증중고차 상품화 전담인력이 품질점검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현대자동차 제공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현대차와 기아의 인증중고차 사업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 원인은 시장 특성과 맞지 않는 사업 모델로 분석된다. 엄격한 품질 기준과 상품화 과정이 오히려 가격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면서 중고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신차-중고차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브랜드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품질 강조가 역설적으로 야기한 한계점

현대차와 기아는 2023년 10월 인증중고차 사업을 출범하며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5년 미만 무사고 차량만을 선별하고, 200개 이상의 엄격한 성능검사와 상품화 과정을 거쳐 제조사가 직접 품질을 보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가격경쟁력이라는 중고차 시장의 핵심 가치와 충돌했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매물들은 일부 경우 신차 가격의 90%에 달하는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까다로운 선별 기준으로 인해 매물 수도 제한적이어서, 양사 모두 판매 중인 중고차가 1000대 미만인 반면, 경쟁사 케이카는 현대차 카테고리 매물만 2800대를 보유하고 있다.

‘제조사가 품질을 인증한 중고차’라는 차별화 전략이 역설적으로 판매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점유율은 1%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영향력 미미…‘라이트 인증’으로 돌파구

당초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기존 업계에 큰 위협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현대차 4.1%, 기아 2.9%로 묶여 있던 중고차 점유율이 이달부터 풀렸지만 업계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2년 전 시장 개방을 앞두고 중소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했던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품질이 다소 떨어져도 저렴한 가격에 거래하는 것이 중고차 시장의 생태계”라며 현대차의 사업 방식이 시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다른 중견 중고차업체 관계자는 “현대차의 판매조건을 기준삼아 소비자를 더욱 만족시킬 수 있게 됐다”며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보증중고차’ 모델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는 품질 기준을 최소화해 비용부담을 줄이고, 브랜드가 일정 수준의 보증기간만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판매 가격을 현실화하면서도 소비자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현도 한국중고차유통연구소장은 “대기업 진출 이후 소비자들의 기준점이 높아지면서 품질 보증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중고차 시장이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규제 해소를 계기로 사업 전략을 다각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적으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완벽한 무결점 차량만 취급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보증중고차 방식을 활용한 ‘라이트 인증중고차’(가칭) 모델 도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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