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정상화 위한 전문가 소집 '술렁'
자문회의 현대 설계안 활용도 빈축
尹정부시절 무리한 개항일정 단축
10.5조 규모 단일공사 발주 강행
"법적절차 재검토, 새정부에 넘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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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국토교통부가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공사’ 정상화를 위해 전문가들을 소집해 공사진행 절차를 심의하기로 해 국내 공항 전문가들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6월 대선 이후 출범하는 새 정부로 결정권을 넘기고, ‘가덕도신공항 건립추진단(이하 추진단)’은 당분간 손을 떼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8일 이 공사의 수의계약을 중단키로 한 뒤 공항기술전문가 섭외에 나섰다. 오는 13일 킥오프 회의를 시작으로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공기 연장 여부와 사업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알려지며 건설업계와 학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10조5300억원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의 계약 중단 책임을 져야 할 추진단이 임의 절차를 통해 행정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인천국제공항 건설사업을 담당했던 건설업계 원로 엔지니어는 “법적 심의기구가 판단할 사안을, 전문가 몇 명을 불러 논의하겠다는 추진단의 발상과 행보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새 정부로 결정권을 넘기고 이후 법적 절차에 따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기와 사업방식 변경은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관리지침과 연계돼 국토부가 임의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란 것이다.
또 국토부가 자문회의에서 현대건설의 기본설계안을 활용한다는 계획을 두고도 전문가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수의계약 과정에서 협상이 결렬되면 그 때까지 진행한 설계는 정부가 보상비 지급 전까지 건설사에 저작권이 있다”며 “현대건설이 지난 5개월 간 진행한 기본설계비가 최소 60억~100억원에 달할 텐데 저작권 귀속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은 상태로 설계도서를 외부인에 공개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최대 난공사로 꼽히는 이 공사를 새정부에서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는 “이를 더는 ‘정치 공항’ 사업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중요한 시점마다 정치권의 외압에 흔들려온 국토부의 책임 없는 행정에 대한 불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윤석열 정부 들어 갑자기 개항 목표 일정을 2035년에서 2029년으로 앞당겼다.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일정에 맞추겠다는 취지였다.
또 이 과정에서 공기 단축을 명목으로 공법이 바뀐다. 기존 사전타당성조사에서 정한 ‘순수해상설치방식(부체식)’을 폐기하고 ‘매립식’으로 확정한 것으로, 1년 전만 해도 매립식은 부등침하(지반이 부실한 곳에서 구조물이 불균등하게 침하를 일으키는 일) 우려가 크다던 국토부가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꿨다.
심지어 2023년 11월 세계박람회 유치가 실패한 뒤에도 개항 일정은 바뀌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외해(外海) 매립공사의 특성상 짧은 공기가 우려했던 부등침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지만 국토부는 듣지 않았다.
기술은 실종되고 정치만 남은 자리에서 국토부는 2030년 개항(3차 공고 시 1년 연장)을 위해 10조5300억원에 달하는 이 공사를 단일 공구로 발주하는 모험도 감행했다. 이 정도 규모의 공사를 7년(84개월)에 걸쳐 진행하면 공정률이 20% 이상으로 올라가는 3년차부터 2조원 이상의 기성이 필요하다. 연평균 1조5000억원 수준의 공사 매출이 발생하는데, 이를 감당할 기술인력을 보유한 건설사가 특정 업체로 좁혀지다 보니 업계에서는 일찌감치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국토부가 유찰을 유도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현재의 단일 공구ㆍ턴키 방식을 고집하면 결과는 똑같다는 것을 제일 잘 알면서 무슨 심의를 다시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원칙과 절차를 지켜달라”고 토로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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