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분양가 서울 평균가 2배
1989년 3.3㎡당 1000만원 육박
지난달 현대1ㆍ2차 198㎡ ‘105억’
희소성에 브랜드 프리미엄까지
“재건축하면 두 배 이상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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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실거래가 추이. /사진:대한경제 DB |
[대한경제=황윤태ㆍ이종무 기자] “1970년대에 평당 30만원도 안 하던 아파트가 평당 3억원을 바라본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압구정 현대)를 두고 부동산 업계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실제 압구정 현대의 부동산 가치는 지난 50년간 대한민국 고급 주거지의 시세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분양 당시 3.3㎡당 28만원에서 시작한 가격은 반세기 만에 3억원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압구정 현대는 1976년 첫 분양에 나섰다. 전용 면적 161㎡ 기준 분양가격이 약 1400만원으로 3.3㎡당 28만원 안팎이었다. 당시 서울 평균 아파트 분양가의 두 배를 넘는 수준으로, 공무원 연봉이 100만원 이하였던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꿈의 가격’이었다.
당시에도 ‘고가 아파트’였지만 그만큼 입지와 설계가 혁신적이었다는 평가다. 한강과 맞닿은 입지, 단지 내 학교와 상가를 품은 계획형 주거지, 전 가구 중대형 유형 위주 구성 등은 확연하게 구분되는 요소였다. 현대건설이 건설했다는 가치는 덤이었다.
이후 영동지구 개발, 강남 8학군 형성, 강남대로 개통 등과 맞물리며 압구정 현대의 시세는 급격한 상승 곡선을 타기 시작한다. 1980년대 강남 부동산 시장의 본격 활황에 ‘부촌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1989년 압구정 현대 전용 264㎡가 7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이미 36년 전 3.3㎡당 가격이 약 940만원에 달했고, 172㎡는 3억7000만~3억8000만원으로 3.3㎡당 700만원을 넘었다.
압구정 현대는 1990년대 IMF 외환위기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유지하며 강남 불패 신화를 입증했다. 2010년대에는 ‘평(3.3㎡)당 1억원’으로 향할 것이란 관측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2020년대 그 예상은 현실이 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의하면 지난달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9차아파트 전용 108㎡ 52억5000만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같은 면적이 40억원 후반대에 거래됐으나 단기간 2억원 넘게 오른 숫자다. 압구정 현대 1ㆍ2차아파트 198㎡는 지난달 105억원에 손바뀜하며 강남 재건축 아파트 사상 유례없는 가격을 써냈다.
앞서 신현대 12차아파트는 지난해 170㎡가 78억원에, 압구정 현대 6ㆍ7차아파트 245㎡가 115억원에 거래되기도 됐다.
특히 압구정 재건축 추진 단지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는 압구정2구역에 속한 신현대 9ㆍ11ㆍ12차아파트는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매매가에도 매물을 구할 수 없을 만큼 희소가치도 높다는 평가다. 실제로 부동산 플랫폼 아실을 보면 신현대 9ㆍ11ㆍ12차아파트 매물은 61건에 불과하다. 이 단지 전체 가구 수가 1924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약 3.2%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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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일대 모습.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실거래가와 시세는 물론, 압구정 현대는 자산가들 사이에서 상징적 자산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위상도 독보적이다. 무엇보다 압구정 현대라는 브랜드 파워를 빼놓을 수 없다. 현대건설이 지은 ‘현대아파트’라는 이름은 1970~80년대부터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처럼 쓰였고, 압구정 현대는 그 원조 격이다. 초창기 입주자 가운데 상당수가 정ㆍ재계 유명 인사였던 점도 브랜드 가치를 높였고, 여기에 입지 조건, 건축의 품격 등 요소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압구정 현대의 재건축 이후 시세는 3억원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고급 주거지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는 수치다. 강남, 한강 조망, 세계적인 설계와 초대형 커뮤니티, 압구정 현대라는 브랜드 가치까지 결합해, 이른바 대한민국 아파트 시세 지도의 정점을 새로 쓰는 단지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압구정 현대는 단순히 가격만 높은 아파트가 아니라 우리나라 고급 주거의 정체성을 가장 오랜 시간 상징해온 단지”라며 “재건축 이후 시세뿐 아니라 그곳에 산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프리미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압구정 일대를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대상으로 지정하고 전면 재건축 추진이 가시화하면서 상징적 가치에 투자 가치도 더해지고 있다. 노후 단지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이들이 수십억원을 기꺼이 지불하는 배경이다. 여기에는 ‘재건축만 되면 한국 최고가 아파트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자리한다.
실제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들은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지금의 두 배 가치도 가능하다”며 ‘매도보다 버티기’ 전략을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압구정 현대는 국내 아파트 시장에서 한결같은 프리미엄을 유지해왔다. 시세는 숫자이지만, 그 뒤에 깃든 시간은 역사다. 그 역사 위에 다시 한번 새로운 역사를 짓는다는 사실은 압구정 현대라는 이름에 담긴 자부심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증거로 남을 것이다.
황윤태ㆍ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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