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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중대재해처벌법 포럼] “중대재해 예방은 팀플레이… 원ㆍ하청 안전공동체 구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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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16 06:00:55   폰트크기 변경      
대경ㆍ대륙아주 주최… 전문가 해법

판결 대부분 원ㆍ하청 지위 구분않고
원청 대표 문제로만 여겨 논란
‘근로자 안전보건’ 위한 인식 갖고
관리체계 마련해야 리스크 대비

전문가에 의한 컴플라이언스 구축
최고경영자 안전경영 의지도 중요
중간관리자 등 책임도 명확히 해야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대응 필요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중대재해 예방ㆍ대응에 최적화된 해법을 찾기 위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중대재해 예방ㆍ대응은 전문가에 의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ㆍ준법경영) 시스템 구축과 원ㆍ하청의 안전공동체 구축,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안전경영 의지와 모든 구성원의 실천이 모두 모여 이뤄지는 ‘팀플레이’라고 입을 모았다.


1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5 중대재해처벌법 포럼’에서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김영규 변호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수사동향 분석 및 대응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대한경제>와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1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중대재해 예방 솔루션과 사후 대응 방안’을 주제로 ‘2025 중대재해처벌법 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입법취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에겐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2022년 1월 법 시행 이후 최근까지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약 90건을 기소했다.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를 비롯해 영풍 석포제련소 사고, 부산 해운대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사고 등 수사 단계에서 원청업체 대표이사가 구속된 사례도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1심 판결이 선고된 사건은 모두 40건이다. 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사건을 ‘기업의 구조적 범죄’로 평가하며 기소된 사건 대부분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5건은 원청 대표이사에게 징역 1~2년의 실형이 선고됐고, 29건은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2건은 벌금형이 선고됐다. 양벌규정에 따라 해당 기업에도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20억원까지 벌금형이 선고됐다.

반면 무죄 선고는 4건뿐이다.


2건은 회사에 안전보건업무 전담조직을 두지 않거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점과 근로자의 사망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봤다.


나머지 2건은 지난해 1월 법 적용 대상이 상시 근로자 5명 이상∼50명 미만 사업장이나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현장까지 확대되기 전에 사고가 발생했고, 법원이 공사금액을 50억원 미만으로 판단하면서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

기소된 사건이나 선고된 판결을 들여다보면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 조치를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가운데 제3호인 ‘유해ㆍ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 마련 및 점검’과 제5호인 ‘안전보건관리 책임자에 대한 평가 권한과 예산 부여’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산업안전 전문가인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전체 사망사고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건설업체 관련 사건이 40개 판결 중 17건으로 전체 유죄 판결의 약 43%를 차지하고 있는데, 법 시행 초기(약 65%)보다 비율이 다소 낮아졌다”며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건설현장 감소가 주된 요인이라고 봤다.

특히 정 교수는 수급인(하청업체)의 문제가 그대로 도급인(원청)의 사법 리스크로 이어진 결과, 하청보다 원청에 대해 훨씬 강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판결 대부분이 원ㆍ하청의 지위와 역할을 구분하지 않은 채 ‘하청 근로자에 대한 모든 안전조치를 원청이 당연히 해야 한다’는 식으로 안전원리와 법리에 맞지 않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 대부분은 원청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법에 불명확하고 모호한 부분이 많은 데다가 안전에 대한 수사기관의 전문성 부족으로 자의적인 법 집행ㆍ해석이 횡행하고 있는데도 법원에서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판결은 법리와 증거보다는 감정 휴리스틱(어림짐작)에 기초한 ‘원님 재판’ 같은 인상이 많이 든다”고 꼬집기도 했다.


1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5 중대재해처벌법 포럼’에서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가 ‘중대재해처벌법 판결 소개 및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방안 모색’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하지만 원ㆍ하청 모두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위한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갖고 협력해 제대로 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게 형사처벌 리스크 대비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륙아주 중대재해대응그룹의 사전예방팀장을 맡고 있는 김영규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사건의 대부분은 하청 근로자 사망사고인 만큼 원청과 하청 간의 안전보건 수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청(대기업)의 안전관리 역량이 하청(중소업체)까지 이어져 서로 ‘윈-윈’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컴플라이언스의 핵심은 위험정보 보고 체계와 지속적인 관리ㆍ감독이다. 김 변호사는 “‘현장의 구체적 위험성을 몰랐다’는 최고 경영책임자의 변명은 기본적인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김 변호사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격인 최고경영자의 안전경영 의지와 실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대재해 예방 시스템 구축ㆍ이행은 경영책임자 혼자 이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라며 “경영책임자와 중간 관리자, 종사자 등 모든 구성원의 역할과 책임(R&R)을 명확히 한 뒤 현장에서 사업장 특성과 규모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질적인 사고예방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그는 “사고 직후 현장조사 대응이 향후 수사 결과를 좌우한다”며 실제로 사고가 벌어졌을 때 대응도 중요하다고 했다. 건설업계의 경우 다단계로 이뤄진 도급관계에서 원ㆍ하청 간의 책임 공방에 대비해 발주자와 설계자, 감리자, 시공자, 협력업체 등 공사 참여자들의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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