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세계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각하고 구조적 복합성을 띠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15일 내놓은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한 최근 건설경기 진단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 수주를 비롯해 건축 착공면적, 건설기성, 건설투자 등 각종 실물지표가 2008년 보다 감소폭이 크거나 성장세가 둔화됐다. 주택 미분양 증가울 또한 급격히 늘어났다. 이로 인해 건설기업의 수익성은 크게 하락했다. 건산연은 2008년과 비교할 때 주요 건설지표가 동반 하락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지금이 더 구조적이고 회복 여건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수긍이 가는 진단이고 평가다.
그래도 2008년에는 상황이 긍정적이었다. 국내 GDP 성장률이 일시적 충격 이후 회복세를 보였다. 미국 등 국제 금리 여건도 좋아 국내 금리 인하를 통해 빠르게 경기룰 회복시킬 수 있었다. 원자재값과 공사비가 안정세를 보였고 주택 거래도 활발했다. 반면 지금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미ㆍ중 갈등, 트럼프 관세 정책 등으로 공사비 상승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안전ㆍ품질기준 강화 요구도 늘어났다. 4대강 사업과 같은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 부양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작년말 이후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침체를 부채질 하고 있다.
건산연은 공공 발주 정상화와 도심 재정비사업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중장기로는 민간 자본의 적극 활용과 공사비와 기간 현실화, 인력 수급 문제 대응 등 산업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 현재의 위기를 건설산업 구조 전환의 계기로 삼자는 주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하루가 버거운 마당에 너무 한가한 처방일 수 있다. 정부는 단기 부양책을 제시하고 규제 완화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 우선은 건설업 생태계 붕괴부터 막아야 한다. 그래야 미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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