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 먹는 버스?” 새로운 통근문화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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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버스. 사진 : 서울시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시가 9월 정식 운항을 앞둔 수상 대중교통 ‘한강버스’를 두고 본격적인 시험운항에 들어간다. ‘강 위를 달리는 수상 급행버스’라는 교통 실험은 이미 수년 전부터 관심과 논란을 동시에 받아왔던 사업이다. 출퇴근 시간 교통 혼잡을 해소할 수단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막대한 예산만 집행된 ‘공중누각’에 그칠지, 이제 시민의 눈으로 검증하는 마지막 단계가 시작된다.
서울시는 6월 2일부터 8월 24일까지 총 12주간 시민 체험운항을 진행한다고 16일 밝혔다. 다양한 시민 계층이 직접 참여해 실효성과 안전성, 정시성 등을 점검하고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체험단에는 선박ㆍ교통 전문가, 일반 시민, 교통약자(장애인, 노약자 등), 외국인 관광객까지 폭넓게 포함된다.
이 기간 동안 시는 실사용 환경을 다각도로 실험한다. 6월에는 전문가와 시 공무원들이 선박 안전과 승하선 환경을 중심으로 점검하고, 7월에는 여의도ㆍ잠실 일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출퇴근 체험을 진행한다. 8월에는 한강 유람과 여가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관광객, 시민 등 다양한 수요층을 겨냥한 운항이 이뤄진다.
정식 운항은 잠실에서 여의도를 잇는 급행 노선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출퇴근 시간대 15분 간격으로 배차되며, 평균 속도는 약 시속 29km(15.6노트)다. 약 34분 소요를 기준으로 계획되고 있다. 기존 지하철이나 버스와 비교해 시간 효율성이 실제 얼마나 차이가 날지 이번 체험운항에서 가늠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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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선착장(외부). / 사진 서울시 제공 |
시는 이번 체험 결과와 시민 피드백을 바탕으로 정식 운항 계획도 일부 손질했다. 특히 운행 시간대가 조정된다. 당초 오전 6시30분~오전 9시였던 출근 시간대는 오전 7시~오전 9시로, 오후 6시~오후 8시30분이던 퇴근 시간대는 오후 5시~오후 7시30분으로 변경된다.
이를 위한 기반시설도 속속 완비되고 있다. 현재 총 12척의 하이브리드 선박 중 10척이 9월까지 투입될 예정이며, 여의도ㆍ잠실 선착장을 비롯해 마곡, 망원, 압구정, 옥수, 뚝섬 등 총 7곳의 선착장이 조성된다. 이 중 여의도ㆍ잠실은 일부 편의시설이 5월 말부터 운영을 시작했고, 나머지 5곳도 6월부터 순차적으로 문을 연다. 상업 시설은 8월 중 입점이 예정돼 있다.
선착장 접근성 확보를 위해 셔틀버스, 다람쥐버스, 따릉이 거치대(최대 30대), 안내 표지판, 점자블록, 장애인 경사로 등이 함께 설치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 버스노선도 조정 중이다. 정식 운항 전까지는 모든 선착장에 교통카드 게이트ㆍ티머니 단말기가 설치되며, ‘카카오맵’, ‘네이버지도’와 연동한 실시간 경로 탐색 기능도 테스트 단계에 있다.
시는 단순 교통수단을 넘어 ‘문화형 대중교통’이라는 콘셉트를 가미한 프로그램도 병행할 예정이다. ‘책 읽는 한강버스’, ‘출근길 조식 챌린지’, ‘한강버스 후기 이벤트’ 등 시민 체험형 이벤트를 통해 탑승 경험을 자연스럽게 확산하고, 수상교통을 일상화된 이동수단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시는 안전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4월 112한강경찰대ㆍ119수난구조대와 합동으로 화재ㆍ유류ㆍ인명 구조 대응 훈련을 실시했으며, 현재도 시뮬레이션 운항과 승무원 훈련을 매주 200km 이상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수상버스를 향한 비판적 시선은 여전하다. 출퇴근 교통수단으로서의 실효성은 물론이고, 약 15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공공사업이라는 점에서 예산 대비 효과를 놓고도 공방이 있다. 시는 선착장 등 인프라 구축에 시비 227억원, 선박 제작ㆍ운영시스템에는 민간투자 1333억원을 투입 중이다.
박진영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한강버스 정식운항을 위한 사전 인프라 구축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9월 정식운항 전 이용자 중심의 검증과정으로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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