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정부와 조달청이 500억원 미만 소규모 턴키(설계ㆍ시공 일괄입찰) 발주 확대를 예고하며 건설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정부의 기술형입찰 비중 확대 계획과 중견 건설사들의 기술력 제고를 유도하기 위한 취지인데, 자칫 기술형입찰 유찰률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은 500억원 미만의 공공공사에서 턴키를 중심으로 기술형입찰 적용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심의 효율화에 나섰다.
조달청은 우선 심의위원 구성 및 평가절차를 완화할 방침이다. 위원 구성은 전문분야별 인원을 기존 2인에서 1인으로 축소한다. 이 경우 평균 30~40명에 달하던 심의위원 수는 12~25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평가절차도 기술검토회(1일)와 설계평가회(1일)을 당일 통합 개최하고, 평가기간을 10여일로 줄이기로 했다.
위원과 입찰자 간 토론 및 질의 항목도 간소화된다. 전기와 통신 등 분야별 업체 질의응답을 통합해 최소화하고, 위원과 입찰자 간 질의시간을 단축하는 식이다. 건설사 소속직원만 들어갈 수 있었던 토론장에는 설계사 등 제안 관련 용역업체 직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달청은 “소규모 기술형입찰에서 대형공사에 준하는 기준을 적용해 참여 대상 건설사에 과도한 심의 부담을 안길 필요는 없다”며 “최근 지자체에서 500억원 미만 공사에 턴키 적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건설사 참여 독려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500억원 미만 기술형입찰 시장에 들어올 만한 건설사들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지자체가 발주하는 300∼500억원 미만 규모의 턴키라면 건축분야일 텐데, 지금도 1000억원 내외 건축 턴키는 경쟁이 잘 성사되지 않는다”며, “지자체 발주 건축공사는 사업비가 상당히 낮게 책정된 경우가 많아, 종평제로 발주된다 하더라도 참여 업체가 적고 낙찰률도 100%에 근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업을 턴키로 발주하면 유찰될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전문가들은‘공사비 원가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기술형입찰 확대 카드를 꺼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축 공사는 억지로 B/C(경제성분석)를 맞추려다 보니 공사비를 과소 책정하는 경향이 더 짙다”며, “원가를 올릴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기술력 제고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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