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계풍 기자]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ㆍ삼성SDIㆍSK온)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실적 부진에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과감히 늘리고 있다. 이는 당장의 실적보다 기술 리더십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풀이된다.
19일 각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R&D 투자액은 총 7421억원으로, 전년 동기(6611억원) 대비 12.3% 증가했다. 이중 삼성SDI가 3570억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했으며, 매출 대비 투자 비중도 11.2%로 3사 중 최고 수준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 매출의 4.9%와 4.8%를 R&D에 투자했다.
배터리 3사는 생산시설 가동률 하락과 차입금 급증에도 불구하고 R&D 투자는 오히려 확대했다. 실제 이들 3사의 1분기 총 차입금은 49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조원 이상 증가했다. SK온이 20조3907억원으로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LG에너지솔루션 17조6126억원, 삼성SDI 11조6155억원 순이었다.
다만, 시설투자에는 보수적인 행보를 보였다. 삼성SDI의 1분기 시설투자 금액(7744억원)은 전년 동기(1조6000억원)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으며, SK온도 같은 기간 시설투자를 2조4300억원에서 1조5218억원으로 37.4% 줄였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시설투자 금액을 2조9075억원에서 3조410억원으로 4.6% 소폭 늘렸다.
이들 기업의 R&D 방향성도 명확하다.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용량 확대, 제조공정 안정화, 소재 공급망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용 각형ㆍ원형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전동공구용 원형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제품ㆍ신기술 개발도 적극 추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동차용 배터리와 스마트폰ㆍe모빌리티ㆍ전동공구 등 소형 배터리, 전력망ㆍ주택용 ESS 등 다양한 분야에 R&D를 확대하고 있다. SK온 역시 리튬메탈,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투자를 지속하며, 주행거리, 급속충전, 안전성, 가격경쟁력 등 시장 요구에 맞춘 소재ㆍ공정 기술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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