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ㆍ수용 청구기간 지났어도 공단이 매수해야”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공익사업에 편입된 토지 이외에 남은 토지(잔여지)에 대한 매수ㆍ수용 청구 기간이 이미 지났더라도 그 원인이 공적인 약속 때문이라면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잔여지를 매수해야 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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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위원장 유철환)는 토지 소유자 A씨가 낸 고충민원과 관련해 국가철도공단에 “대체 진출입로를 개설하겠다는 당초 약속 이행이 어렵게 됐다면 잔여지 매수ㆍ수용 정구 기간이 지났더라도 잔여지를 매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공단이 시행한 철도건설사업에 A씨가 갖고 있던 대지 2필지가 분할ㆍ편입되면서 기존 도로가 끊기고 차량이 출입할 수 없는 잔여지가 생겼다.
A씨는 공단에 ‘잔여지에 대한 대체 진출입로를 확보해달라’고 요청했고, 공단은 2011년 6월 대체 진출입로를 개설해주겠다고 공문으로 통지했다. A씨는 해당 잔여지를 철도건설사업의 자재보관소로 임대한 상황이라 공단의 약속이 당연히 지켜지리라 맏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공단은 잔여지에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채 2016년 6월 사업을 마쳤다. A씨는 약속 이행을 요구했지만, 공단은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등의 이유로 약속 이행 없이 10년 가까이 시간만 끌었다. ‘잔여지를 매수해달라’는 A씨의 요구도 사업이 완료됐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A씨는 “공단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공단이 약속을 지키거나 잔여지를 매수하게 해달라는 고충민원을 냈다.
권익위 조사 결과 A씨의 토지와 접해 있던 기존 도로는 철도건설사업 시행 이후 단절된 것으로 확인됐다. 건축법상 대지에 건축물을 지으려면 폭 4m 이상 도로에 2m 이상 접해야 하는데, A씨의 잔여지는 사실상 ‘맹지(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전혀 없는 토지)’가 돼 대지로 활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해당 잔여지는 철도역사와 다른 사람 소유의 토지ㆍ건축물에 가로막혀 대체 진출입로 개설도 어려운 상태였다. 게다가 잔여지 중 1필지는 불과 77㎡로, 공단의 잔여지 매수 기준(90㎡ 미만)을 충족하는 소규모 필지로 조사됐다.
권익위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잔여지 매수ㆍ수용 청구 기간 경과에도 불구하고 공단이 A씨의 잔여지를 매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박종민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고충민원 발생 원인이 상대적으로 명백하고 민원인의 귀책사유가 없다면, 국민의 시간과 경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국가기관의 대국민 신뢰도 향상을 위해 적극 행정으로 업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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