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고 영화관을 나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4월4일)으로 파면된 지 47일 만에 공개 행보에 나섰다.그런데 더불어민주당 등에서 비판이 쏟아졌고,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도 화들짝 놀란 표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이날 일정이 ‘부정선거’ 의혹 관련 다큐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 한 영화관을 찾아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이 영화를 감독한 이영돈 PD, 제작을 맡은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와 이미 오래전부터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온 무소속 황교안 대선 후보도 모습을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은 영화 관람 후 별도 발언 없이 자리를 떴지만 이후 ‘전언’도 예사롭지 않다. 이 PD는 윤 전 대통령이 ‘컴퓨터 등 전자기기 없이 대만식이나 독일이 하는 투명한 방식으로 선거가 치러져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그러면서 “앞으로 사전(투표) 선거를 없애고, 수개표를 한다면 모든 결과에 국민이 승복할 것”이라며 “만약 이번 대선에서 국민이 통계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면 불복 운동할 것이라는 게 제작진의 입장”이라고 예고했다.
부정선거 의혹은 ‘극우’ 내지 강경보수 진영에서 주로 제기되는 주장인 데다 드러난 실체도 없어 국민의힘조차 명확히 선을 긋고 있는 이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진상 규명’을 핵심 명분으로 12ㆍ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켰던 만큼 진영을 막론해 부정적 여론이 상당하다.
특히 자신의 열성ㆍ강성 지지층만을 바라본 ‘음모론 부추기기’ 행보라는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중도 표심 확보는 물론, 가뜩이나 난항에 빠진 대선판 최대이자 마지막 변수로 꼽히는 ‘반(反)이재명 빅텐트 결성’에도 대형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당장 국민의힘 지도부는 재빨리 거리두기에 나섰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은 탈당했다. 저희 당과 이제 관계없는 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개인적 입장에서 봤을 때 윤 전 대통령은 계엄에 대한 반성ㆍ자중을 할 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김문수 후보는 이와는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유권자 중 누구라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명하고, 해명할 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며 “앞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완전히 일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정선거 실체 규명에 대한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지만, 해명 책임을 선관위에 돌린 것이다.
빅텐트 결성의 ‘필수’ 파트너인 개혁신당 내 목소리는 심상치 않다. 이동훈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장은 “한때 국정을 책임졌던 자가 음모론과 허위 정보에 기대 스스로를 정당화하려는 모습은 민주공화국의 수치이자 국가적 망신”이라며 “그들이 이준석 후보에게 단일화를 요구하는 것은 파렴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그 선거 시스템으로 본인이 선거에서 이긴 것 아닌가”라며 “이를 부정선거라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윤 전 대통령 선긋기에 대해선 “겉보기로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허언이고, 실제로는 (국민의힘과 윤 전 대통령이) 깊이 연관돼 있다”며 “결국은 여전히 일심동체”라고 주장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