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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단말기 꺼지나”…서울 마을버스, 환승제 이탈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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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22 15:58:57   폰트크기 변경      
1200원 요금이 환승하면 439원

기준액 최대 68만원 vs 서울시 49만 고수
“표면상 파업 아냐”…시민 불편은 현실로



22일 서울 은평공영차고지에 마을버스가 대기해 있다. 서울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은 업계가 적자 상태라고 주장하며 마을버스 요금을 현 1200원에서 시내버스와 동일한 1500원으로 인상하고, 재정지원기준액을 작년보다 6만원 많은 약 54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 사진 : 연합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 마을버스 업계가 20년 넘게 유지돼온 서울 대중교통 환승 체계에서의 ‘이탈’을 예고했다. 오는 28일 예정된 시내버스 총파업을 앞두고 마을버스 조합도 요금 인상과 재정 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사실상 집단 행동에 돌입을 선포한 셈이다. 표면상 ‘파업’은 아니지만 시민 불편과 제도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마을버스운송조합은 “환승 할인으로 인한 손실을 시가 제대로 보전해주지 않고 있다”며 환승제 제외와 배차 간격 25분 준수를 골자로 한 ‘준법운행’ 방침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배차와 정류장 운영은 유지하되, 환승 할인은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조합은 이르면 이번 주부터 “환승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안내 플래카드도 부착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대응은 지난 16일 서울시에 보낸 공문에서 비롯됐다. 조합은 요금 인상과 손실 보전을 위한 재정지원 확대를 요청하며, 수용되지 않을 경우 운행 중단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마을버스 기본요금은 1200원이지만, 조합은 시내버스와 동일한 1500원 수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즉각 반박했다. 시 관계자는 “환승체계에서 빠지겠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카드 단말기를 끄고 현금만 받겠다는 건지, 실행 방식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건 일방적인 재정 증액 압박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합이 제시하는 핵심 근거는 ‘정산 금액’이다. 마을버스로 환승할 경우 실제 정산금은 평균 646원에 불과하고, 철도→마을버스→시내버스 순일 경우 마을버스 몫은 439원까지 떨어진다. 같은 조건에서 시내버스는 833~549원 수준을 받는다. 조합은 “정산 구조 자체가 불균형하다”고 반발한다.



마을버스운송조합이 제시한 최근 3년간 환승손실액.  /사진 : 마을버스운송조합 제공 


최근 3년간 누적 손실도 크다. 조합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환승제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의 예상 수입은 약 664억원이지만, 실제 환승수입과 재정지원액을 합한 수입은 약 427억원에 그쳤다. 그 차액인 약 237억원이 ‘환승 손실’이라는 주장이다. 연도별로는 2022년 868억원, 2023년 765억원, 2024년 733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마을버스가 민영제로 운영돼 적자를 서울시가 보전하지 않는 구조도 한계로 지목된다. 반면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로, 적자가 나면 서울시가 보전해준다.

조합은 차량 1대 당 재정지원 기준액을 운전기사 평균 2.48명 기준의 54만6612원으로 상향해달라고 요구한다. 서울시는 2.2명 기준의 49만1000원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은 48만6098원이었다. 조합은 “서울시가 2월엔 긍정적이었지만 4월에 일방적으로 기준을 낮췄다”고 주장한다.

조합이 제시한 ‘2025년 기준안’에 따르면, 2019년 기준액인 45만7040원에 물가상승률 14.4%, 임금상승률 31.1%를 반영하면 최소 68만5739원이 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요금 현실화 목소리도 크다. 마을버스 요금은 10년간 단 한 차례 인상됐지만 유류비와 인건비는 매년 증가했고, 코로나19 이후 승객 회복도 더딘 상황이다. 여기에 자치구 셔틀, 따릉이, 전동킥보드 등 대체 교통수단 확산까지 겹쳐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서울시도 제도 개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현재 운송원가 산정 용역에 ‘정책 방향 연구’ 항목을 추가해 단순 단가 인상이 아닌 구조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단가만 올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전체 구조를 다시 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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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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