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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을버스, 환승제 ‘즉각 이탈’은 없다…조합, 행동 절차만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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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22 18:25:24   폰트크기 변경      
“정산구조 바꾸자” 총회서 첫 공식 요구

시장 면담부터 현수막 부착까지 수순 밟기로


22일 서울 은평공영차고지에 마을버스가 대기해 있다. 서울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은 업계가 적자 상태라고 주장하며 마을버스 요금을 현 1200원에서 시내버스와 동일한 1500원으로 인상하고, 재정지원기준액을 작년보다 6만원 많은 약 54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 사진 : 연합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 마을버스 업계가 20년 넘게 유지돼온 대중교통 환승체계에 대해 ‘변경 요구’를 공식화했다. 당장 운행을 멈추지는 않지만, 요금 인상과 정산방식 조정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의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은 22일 오후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긴급 임시총회에서 ‘환승통합거리비례제 정산방식 재조정’ 요청과 ‘서울시 재정지원 지체에 따른 대응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모두 의결했다. 회의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시작돼 6시10분께 결과가 나왔다.

조합은 이날 “2004년 서울시·서울시버스조합·서울시마을버스조합 간 체결된 환승통합거리비례제 합의서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정산방식 변경 협의를 서울시와 유관기관에 정식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전철, 지하철 운영기관, 버스조합 등과도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통과된 대응방안에는 시장 면담 요청, 시청 앞 기자회견, 1인 릴레이 시위, 마을버스 차량 현수막 게첨, 환승합의서 탈퇴 등 조합 차원의 수순이 포함됐다. 다만 조합은 “오늘 총회는 실행을 결의한 것이 아니라, 대응 절차에 들어가는 단계”라며 실제 행동 여부와 시점은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와의 갈등은 정산 구조에서 비롯됐다. 마을버스로 환승할 경우 실제 정산금은 평균 646원에 불과하고, 철도→마을버스→시내버스 순일 경우 마을버스 몫은 439원까지 떨어진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시내버스는 833~549원을 받는다. 조합은 “구조적으로 손해 보는 구조”라고 주장한다.

조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환승제로 인한 수입 손실은 약 237억원에 달한다. 환승제를 적용하지 않았을 경우의 예상 수입은 약 664억원이지만, 실제 수입은 427억원에 그쳤다는 계산이다. 조합은 “정산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환승에서 빠지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재정지원 기준도 쟁점이다. 조합은 차량 1대당 기준액을 운전기사 2.48명 기준의 54만6612원으로 상향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서울시는 2.2명 기준의 49만1000원을 고수하고 있다. 조합은 “서울시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상향에 긍정적이었지만, 4월에 입장을 바꿨다”고 반발한다.

서울시는 “정산방식 변경은 전체 대중교통 체계를 건드리는 일”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현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단가 인상만으로는 해법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시는 운송원가 산정용역에 ‘정책 방향 연구’ 항목을 추가해 구조 전반을 재검토 중이다.

마을버스 업계는 요금 현실화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기본요금 1200원을 시내버스와 동일한 1500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을버스 요금은 지난 10년간 한 차례만 인상됐고, 인건비·유류비는 해마다 늘어난 반면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는 것이 업계 입장이다.

당장 ‘파업’은 아니지만, 업계와 서울시 간의 신경전은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오는 28일로 예정된 시내버스 총파업과 맞물려 서울 대중교통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합은 “대화로 해결하는 게 최선”이라면서도 “시가 묵묵부답일 경우 실질적인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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