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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현실에 펼쳐진 가상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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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25 15:26:24   폰트크기 변경      
두나무 '세컨포레스트: 디지털치유정원' 전시공간 가보니

NFT 늘어난 만큼 불어나는 관심…가상세계와 함께 만드는 진짜 숲

20도 겨울 체험관서 설악산 걷기

“소방관 트라우마 치유용으로”…관공서ㆍ복지시설등 활용도 높일 것

23일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맞아 두나무에서 '세컨포레스트: 디지털치유정원'을 설치했다. / 사진: 김동섭 기자

[대한경제=김동섭 기자] “가상 씨앗으로 진짜 숲을 만들 수 있다니 신기하네요”


친구들과 함께 전시공간을 찾은 이씨(64)는 오른손에는 멸종위기종 씨앗키트를, 왼손에는 업비트 앱 화면 속 시드볼트NFT(대체불가토큰)를 번갈아 들어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23일 오후 1시45분, 전날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시작된 보라매공원 정문. 중년 부부부터 데이트 나온 20대 커플까지 다양한 연령의 나들이객들로 북적인다. 노란 천막 부스들을 지나 기업정원 구역에 도착하니, 파란색과 하얀색 컨테이너 두 채가 눈에 들어온다. 벽면에 두나무가 지난 22일부터 10월 20일까지 마련한 전시명인‘세컨포레스트’와  '디지털 치유정원’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직원은 “세컨포레스트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어요”라며 “가상세계에서의 참여를 통해 복원되는 현실 공간의 숲과 도시에서 창조된 제2의 디지털 숲이죠”라고 설명했다.

 관람객들이 태블릿 속 QR을 통해 업비트에서 시드볼트NFT를 발급받고 있다./ 사진: 김동섭 기자

하얀 컨테이너에 들어서니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태블릿을 들여다보고 있다. ▲배초향 ▲물레나물 ▲시무나무 등 멸종위기에 놓인 자생식물 3종 중 하나를 선택해 씨앗키트를 얻은 후, 직원의 안내를 받아 QR코드로 업비트에서 시드볼트 NFT를 발급받고 있다.

직원은“멸종된 식물과 NFT의 공통점은 바로‘대체불가성’이다“라며 ”시드볼트NFT 프로젝트는 NFT를 실제 소유하면서 사라져 가는 우리 자생식물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건 NFT를 발급하면서 현실에도 희귀자생식물로 실제 숲을 조성했다는 점이다. 시즌1에서는 1만221명이 참여해 신구대학교 식물원에 587㎡ 규모의 보전지를, 시즌2에서는 1만6367명이 참여해 부산에 1130㎡의 보전지를 만들었다. 이번 전시가 종료되면 소개된 자생식물 3종을 보라매공원 전시부지에 심을 계획이다.

기자가 발급받은 '물레나물'NFT는 비매품이다. 시즌 1,2에 이어 이번 시즌 3 NFT까지 보유하면 추후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사진: 김동섭 기자

또 이번에는 비매품 NFT를 발급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직원은 "시즌 1,2의 시드볼트 NFT가 10위권 안에서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번엔 의미를 우선했다“라며 “개인마다 식물을 간직하길 바라는 목적을 살리고, 전 세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거죠”라고 설명했다.


2미터 거리의 정원길 따라 파란 컨테이너 속 디지털 치유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일순간 암흑만이 자욱하다. 암막이 걷히고 8명 인원이 전시실에 들어서면 영상과 함께 겨울산행이 시작된다. 3분40초 동안 겨울 풍경들이 차례로 미디어 파사드 전시로 펼쳐진다. 겨울 산을 걷는 두 사람의 뒷모습에서 시작해 설악산 원경, 눈 덮인 폭포까지 숨을 죽인 채 화면을 보고 있으면 관람객들은 마치 영상 속 주인공과 함께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디지털 치유정원으로 가는 길에는 블록체인처럼 격자 모양으로 풀들이 심어져 있다. 정원 곳곳에는 스피커가 설치돼 새소리가 들리고, 저녁에는 격자 모상으로 조명들이 켜진다. / 사진: 김동섭 기자

디지털 정원에서는 고요한 숲, 따뜻한 숲, 숨쉬는 숲의 세 가지 테마로 3분40초간 미디어 파사드 전시가 펼쳐진다./ 사진: 김동섭 기자

입구 직원은 “실제 겨울처럼 20도에 온도를 맞추고 ‘눈 덮인 숲’향을 뿌려 계절감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치유정원은 △고요한 숲 △따뜻한 숲 △숨 쉬는 숲의 세 가지 테마 영상이 2시간마다 전환되며,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두 아들과 함께 서울 양천구에서 온 최씨(41)는 전시실을 나오며 “방금까지 겨울이었는데 바깥은 여름이다“라며 ”직장이나 학교에 이런 공간이 있으면 안정감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두나무 관계자는“화재 트라우마를 겪는 소방관이나 신체적 사유로 접근이 어려운 분을 위해 관공서ㆍ복지시설 등 기관들과 협의를 통해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동섭 기자 subt7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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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섭 기자
subt7254@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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