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예식장 확대, 임산부 교통비 지원도 포함
SOC 대신 복지ㆍ디지털ㆍ안전 등 민생 재정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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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서울시 추가경정예산안. / 자료 : 서울시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시가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내놨다. 총 1조6146억원 규모다.
고물가와 수출 부진, 저출생, 초고령화, 인공지능(AI) 전환이라는 복합위기 속에서 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민생과 안전, 미래산업이라는 세 가지 축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25일 시에 따르면, 이번 추경안은 오는 26일 시의회에 제출된다.
서울시는 “시민 삶을 바꾸는 정밀한 개입”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대규모 SOC 대신, 생활의 빈틈을 채우는 방식으로 재정이 투입된다.
구체적으로는 민생안정에 4698억원, 도시안전에 1587억원, 미래산업 투자에 1335억원이 각각 배정됐다.
눈길을 끄는 항목은 결혼ㆍ출산ㆍ양육 전 주기를 아우르는 생활밀착형 예산이다.
먼저 ‘서울형 공공예식장’에는 19억원이 투입된다. 한옥이나 정원형 예식장 8곳을 새로 조성하고 기존 4곳도 리모델링한다. 이용하는 부부에겐 100만원 상당의 예식 비품도 지원한다. 이는 전국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정책 실험으로, 저출생 대책의 새로운 접근이다.
출산ㆍ양육 부문에는 산후조리비(100만원) 지원 대상 확대에 25억원, 임산부 교통비 지원 확대에 73억원이 편성됐다. 서울시는 산모ㆍ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에 55억원을 추가로 배정해, 미숙아 가정의 돌봄 일수를 늘리고 가족 제공자 참여를 허용했다. 주말 특화 키즈카페 16곳 조성에 17억원, 서울식물원 등 주요 공간 내 키즈카페 운영에도 4억원이 들어간다. 가사서비스 확대(15억), 아이돌봄비 지원(11억) 등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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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ㆍ출산ㆍ양육 전 주기를 아우르는 서울시 생활밀착형 예산. / 자료 : 서울시 제공 |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예산도 다층적으로 구성됐다. 소상공인 안심통장 공급에 180억원을 투입해 저신용 생계형 소상공인에게 최대 1000만원까지 유연하게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을 제공한다. 중소기업에는 1000억원 규모의 긴급융자가 마련되고, 이자 차액 2%를 보전하는 데만 112억원이 쓰인다.
도시안전 예산 중 1462억원은 지반침하 예방에 집중된다. 시는 30년 이상 된 노후 하수관로 정비에만 1352억원을 투입해 올해 65.9㎞를 새로 정비할 계획이다. 여기에 정밀조사(40억원), 대형 공사장 지하수위 모니터링 및 GPR 탐사(56억원), 관측망 설치(3억원), 안전지도 고도화(10억원) 예산도 배정됐다. 신림동 등 침수취약 지역의 빗물저류조 설치에는 29억원, 포장도로 정비(19억원), 해체공사장 상시점검단 운영(2억원)도 예산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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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도시 지반 침해 대책을 위한 추경 예산 자료. / 자료 : 서울시 제공 |
미래산업 분야는 AI 투자에 방점이 찍혔다. 서울시는 ‘AI 대전환 펀드’ 조성을 위한 마중물로 100억원을 투입한다. 이 펀드는 2026년까지 총 5000억원 규모로 민관 공동 조성이 목표다. 제조업 융합지원(20억원), 고성능 GPU 서버 바우처 확대(20억원), AI 인재 양성(청년취업사관학교 135억원, AI 장학금 26억원), 글로벌 AI 연구소 유치(19억원), 생성형 AI 챗봇 구축(17억원), 시민용 AI 비서 서비스(3억원)까지 서울의 AI 생태계 육성을 위한 항목들이 한 데 모였다.
생활 분야의 ‘밀리언셀러’ 정책들도 대규모로 보강된다. 기후동행카드에는 211억원이 편성돼 수도권 통합 운영과 할인 대상 확대(청소년ㆍ제대군인)에 쓰인다. 현재 일일 60만명이 이용 중이다. 손목닥터9988에는 313억원이 투입돼 건강활동 포인트 인센티브 예산이 증액된다. 가입자 수는 212만명에 이른다.
문화ㆍ공간 분야도 포함됐다. 여의도공원 재구조화(34억원), 노들섬 글로벌 예술섬 콘텐츠 제작(2억원), 국제정원박람회 개최 준비(9억원), 서울문화유산센터 조성(41억원), 수변 명소화 사업(2억원) 등이 함께 추진된다.
정상훈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이번 추경은 장기적인 경제 불황 속 민생을 최대한 지키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버팀목 지원이 핵심”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의회 의결 즉시 추경 예산을 신속히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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