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ㆍ역사ㆍ사람이 어우러진 이틀
![]() |
지난 23일 열린 ‘2025 정동야행’ 개막식. / 사진 : 중구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봄밤의 정동이 다시 빛났다. 지난 23~24일 열린 ‘2025 정동야행’이 이틀간 13만 3000여 명의 관람객을 모으며 또 한 번 흥행 신화를 썼다. 고궁과 근대문화유산이 나란히 선 정동 거리에는 가족, 연인, 관광객, 외국인까지 뒤섞여 걷는 즐거움이 흘렀고, 골목 곳곳은 공연과 조명, 먹거리와 체험 부스로 축제의 물결을 이뤘다.
정동야행의 서막은 덕수궁 중화전 앞에서 열렸다. 중구 홍보대사 다니엘 린데만의 밴드 연주와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의 무대, 그리고 ‘정동의 이웃’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의 축사가 정동의 밤을 감성으로 물들였다. 김길성 중구청장이 한 어린이와 함께 개막을 선언하며, ‘우리의 미래’와 ‘과거의 정동’이 상징적으로 만나는 순간도 있었다.
올해 주제는 ‘정동의 빛, 미래를 수놓다’이다. 정동을 밝힌 청사초롱과 메시지 보드, 530여 점의 시민 그림 전시, 주민이 손글씨로 적은 ‘빛의 지도’는 공간을 감성으로 채웠다. 을지로의 조명을 활용한 포토존은 셀카 행렬로 장사진을 이뤘고,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외벽에는 미디어파사드 음악회 ‘정동연회’가 두 차례나 펼쳐졌다.
![]() |
중명전 해금공연. / 사진 : 중구 제공 |
정동제일교회 오르간 연주,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의 파이프오르간, 구세군 브라스밴드, 오페라 공연과 해금 퍼포먼스까지, 클래식과 국악, 버스킹이 구석구석에서 울려 퍼지며 정동은 거대한 야외 공연장이 됐다.
정동의 정체성인 ‘역사’도 빼놓지 않았다. 배재학당, 이화학당, 정동제일교회 등 한국 근대사의 현장과 덕수궁 중명전, 구 러시아공사관을 도는 해설 투어 ‘다 같이 돌자 정동 한 바퀴’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특히 많았다. 역사 강사 최태성의 특강, 캐나다와 영국 대사관의 사전신청 프로그램은 조기 마감될 만큼 인기가 높았다.
이번 야행이 더욱 특별했던 건 ‘주민이 만든 축제’라는 점이다. 총 260여 명의 자원활동가 ‘야행지기’는 보라색 티셔츠를 입고 안내, 스탬프 투어 운영, 안전 관리까지 도맡았다. 매년 관람객으로 참여하던 이들이 올해는 주체가 돼 “우리 손으로 만든 축제가 자랑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 |
배재학당역사박물관 미디어파사드. / 사진 : 중구 제공 |
정동 공원과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선 각종 체험 부스와 수공예 장터, 푸드트럭도 줄지어 섰다. 대한제국 수교국의 전통 먹거리를 테마로 한 푸드트럭은 정동의 이국적 풍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졌고, 무주군, 부안군, 여주시, 영동군 등 자매결연 지역의 대표단도 현장을 찾아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정동은 근대 역사문화의 보고이자 중구의 자산”이라며 “정동야행이 명성을 넘어 전통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내년엔 더욱 알차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박호수 기자 lake8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