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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共건축설계 불신의 늪] ①불신 깊어질수록…건축물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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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28 06:00:42   폰트크기 변경      
대한건축사협회, 정회원 1168명 설문

61% “심사위원 접촉ㆍ금품 의혹”

불투명성 탓 공모 불참도 75% 달해

형식적 구조로 독식ㆍ품질저하 우려


그래픽=김기봉 기자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최저가 입찰 관행을 극복하고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공공건축 설계공모’가 전환점에 서 있다.


공모 참여 주체인 건축사들이 심사 공정성, 불투명성 등을 거론하며 등을 돌리면서다. 현장에선 실력보다 인맥이, 설계보다 영업이 중시되면서 도입 취지가 훼손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건축사협회가 최근 협회 정회원 11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3.9%가 ‘자신이 참여한 설계공모에서 불공정함을 느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공정 사례로는 △참여 심사위원과의 사전 접촉 및 금품 제공 의혹(61.5%) △심사위원의 전문성 부족(52.6%) △심사위원 구성의 학연ㆍ지연 편중(51.9%) △지침 위반에 대한 제재 미흡(44.9%) △심사과정 및 결과의 투명성 부족(43.5%) △작품 선정 시 의견 개진이나 토론 부족(37.1%) 등이 중복 지적됐다.

이로 인해 설계공모에 아예 불참한다는 응답은 74.6%에 달했고, ‘인력 부족(33.3%)’, ‘경쟁력 부족(17.3%)’, ‘민간 프로젝트 중심 전략(16.2%)’ 등이 뒤를 이었다.

설계경기 기록원 ‘스코어러’에 따르면, 공공건축 설계공모는 2022년 1103건, 2023년 1124건, 지난해 1051건 발주됐다.

매년 1000건 이상이 쏟아지는 셈이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지난 2020년 설계공모 의무 적용 대상을 ‘설계비 1억원 이상 공공건축사업’으로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건축사사무소의 실질적 참여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설계 역량보다 ‘영업력’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인식 때문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로비 없이 당선도 없다’는 말이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 건축사사무소 A사 관계자는 “오너 방침에 따라 와인 한 병, 만년필 한 자루 선물조차 일절 금지하고 있는데, 최근 몇 년 간 공공 설계공모 당선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현금성 로비 없이 현상설계판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게 정설”이라고 말했다.

설계공모 운영지침은 참가자와 심사위원 모두 ‘사전접촉 금지서약서’와 ‘사전접촉 여부확인서’를 발주기관에 제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공공건축물의 품질 저하로 직결한다는 점이다. 일부 중대형사들이 설계용역을 독식한 뒤 재하도급하는 관행이 고착화하면서 ‘책임 설계’의 원칙이 무너진다는 지적이다.

중소 건축사사무소 B사 임원은 “공모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결국 공공건축물의 품질도 함께 추락할 수밖에 없다”며 “사전접촉 적발 시 건축사 면허 취소에 준하는 강력한 제재를 이행해야 고질적 병폐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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