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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참의 민낯] 대전도시공사, “공사비 증액분, 지체상금으로 ‘퉁’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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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28 06:00:30   폰트크기 변경      

상사중재원, 물가변동 58억 지급 결정나자
"공사지연 지체상금 58억으로 대체" 맞불
발주처 귀책 사유로 착공 6개월 지연에도
국토부 사업비 조정 가이드라인 유명무실


5월 말 준공을 앞둔 대전 낭월 행복주택 전경 / 사진: 최지희기자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대한상사중재원이 단순도급형 지역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이하 민참사업)에서 물가변동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분 70%를 건설사에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리자, 발주처가 공사 지연배상금으로 ‘퉁치자(상계 처리)’는 공문을 보내왔다. 이는 국토교통부의 사업비 조정 가이드라인을 무시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단순도급형 민참사업의 한계가 드러난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한상사중재원은 지난 15일 ‘신탄진ㆍ낭월 드림타운 민참사업’에 대한 중재판정서를 통해 대전도시공사가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분 58억4484만6700원을 파인건설에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민참사업은 대전 대덕구 신탄진에 행복주택 237세대와 낭월동에 162세대를 건설하는 총 공사비 685억원 규모로, 2021년 1월 사업협약 체결 이후 이달 준공까지 발생한 공사손실금이 약 118억원에 달한다.

중재원은 건설사가 요구한 118억원 중 2023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사업비 조정안 가이드라인에 따라 물가변동분 83억원만 인정했고, 이 중 70%에 달하는 58억원은 도시공사가 책임져야 할 금액으로 판정했다.

중재원은 15일 판정주문을 하며, 16일부터 도시공사가 건설사에 58억원을 다 갚는 날까지 연 6% 상당의 이자가 발생한다고 명시했다.

그러자 지난 16일 대전도시공사는 파인건설에 공사가 약 6개월 지연된 데 따른 지연배상금과 건설사업관리비 등 총 58억4484만6700원을 지급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다시 말해, 중재원의 결정을 따를 수 없으며 공사비 증액분 역시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뜻이다. 국토부가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시행지침’을 통해 명시한 사업비 재협의 절차를 무용지물로 만들겠다는 행보다.

파인건설은 이 공문을 받아들고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공사 지연의 원인 역시 도시공사에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공사비 증액 원인은 단순 자재 가격 쇼크 때문만은 아니다. 2021년 1월 사업협약을 체결했음에도, 도시공사가 사업부지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데 따른 설계 변경으로 착공이 6개월 늦어졌다.

파인건설 측은 “건설자재 가격이 2020년 말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6개월 간의 손해분도 상당하지만, (증액분을)전혀 인정받지 못했다”라며, “특히 시공 과정에서 컨소시엄 회원사 중 한 군데가 부도났고, 이후 자금 사정 악화로 나머지 회원사들이 컨소시엄에서 탈퇴하며 공사 일정이 지연된 부분도 있다. 이런 사정을 다 아는 도시공사가 ‘증액분을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대한상사중재원 판정문에는 도시공사의 입장도 자세히 기재되어 있다. 도시공사 역시 파인건설과 공사비 분쟁을 조정하는 6차례의 실무협의체에서 증액분 15억원은 인정했다. 특히 파인건설의 자금 사정 악화로 공사 중단 위기가 가시화하자 ‘어떻게든 준공만 해 달라’는 입장으로 건설사를 다독여 온 정황도 엿보인다.

그럼에도 도시공사가 공사비 증액분 중 ‘1원도 줄 수 없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을 두고, 업계는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요청한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국토부의 사업비 조정 가이드라인은 권고 사항이어서 현재 모든 지방도시공사들이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그나마 대전도시공사가 작년 갑천1블록 사업에서 10억원 상당의 공사비 증액분을 인정해줬고, 이번 사업에서도 15억원만 받고 물러나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자금 사정이 어려운 파인건설이 정식 절차를 밟자 분개한 것으로 보인다. 민참사업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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