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대 횡령ㆍ배임…실형 확정
항소 여부 무관 경영참여 어려워
한온시스템 인수로 재계 30위권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도약 ‘찬물’
조 회장 ‘프로액티브 혁신’ 등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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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29일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에게 징역 총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사진은 지난해 속행공판 출석하는 조 회장./사진: 연합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한국앤컴퍼니그룹(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주사)이 창립 8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00억원대 횡령ㆍ배임 및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 회장이 29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그룹 경영에 리더십 공백이 현실화되면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배임 혐의 징역 6개월, 나머지 혐의 징역 2년 6개월 등 총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실형 선고와 함께 기존 허용했던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구속한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한국타이어가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약 875억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으로 구매해 회사에 131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다. MKT는 조 회장과 그의 형 등이 대부분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MKT에 몰아준 이익이 총수 일가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봤다.
둘째,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법인 차량ㆍ카드 사적 사용 등 75억5000여만원의 회삿돈을 횡령ㆍ배임한 혐의다.
업계는 조 회장의 구속으로 한국앤컴퍼니그룹 경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 조 회장 측의 항소 여부와 관계없이 조 회장의 경영 참여는 사실상 어려워져 그룹의 미래 사업 및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스럽고, 그룹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며 “항소를 포함한 법적 대응 방안을 변호인단과 신중하게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올해 1월 세계 2위 열관리 기업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면서 재계 30위권에 진입했다. 한온시스템을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고 동시에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 주력 타이어 사업과 시너지를 구현, 기술 중심의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투자 의지도 적극적으로 밝혔다. 그룹은 최근 산하에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한국앤컴퍼니벤처스’를 설립했다. 창립 84년 만의 첫 CVC로 본격적인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동시에 모빌리티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조 회장은 지난 11일 창립 84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프로액티브(Proactive) 혁신으로 대내외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가 새로운 질서를 만들자”며 “산업 생태계 선순환 구축, 고용 창출을 이뤄 국가 경제에 기여하자”고 역설했지만, 불과 18일 만에 구속되면서 모든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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