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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보스턴다이내믹스‘베팅’…4년간 ‘사재 5300억’ 통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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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05 05:00:13   폰트크기 변경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율 21.9%
2분기 1250억 추가 투자 예상
로봇시장 선점ㆍIPO 차익실현 기대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로봇 계열사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지난 4년여간 개인 자금 529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2분기에도 1250억원의 추가 투자가 예상되면서 누적 투자규모는 654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래 로봇 시장 선점과 함께 기업공개(IPO) 시 차익 실현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4일 금융감독원과 하나증권 등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21년 현대차그룹이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할 때 사재 2840억원을 투자했고, 지분 20%를 확보했다. 이후 보스턴다이내믹스 투자금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렸다. 지난 1분기 기준 지분율은 21.9%로 확대됐고, 누적 투자금은 5290억원에 달한다.

투자규모는 지난해 급격히 확대됐다. 2022년 600억원, 2023년 510억원 수준이던 연간 투자액이 지난해 1160억원으로 2배 가량 늘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투자금 소진 속도가 빨라진 가운데, IPO에 대한 기대감 반영으로 증자 금액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 2분기에도 추가 투자가 예상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분기마다 약 1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중이라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은 지난 3년간의 투자 패턴을 토대로 정 회장이 1250억원을 추가 투자하고, HMG 글로벌이 3125억원, 현대글로비스가 625억원을 각각 부담해 총 5000억원의 유상증자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이 경우 정 회장의 지분율은 22.4%까지 늘어난다.

이 지분은 IPO 이후 정 회장에게 두둑한 수익을 안길 전망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몸값이 최소 25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서 많게는 250억달러(약 34조원) 이상으로 거론되면서다. 기업가치가 25억달러에 그쳐도 정 회장의 지분가치는 2000억원 이상 확대되며, 100억달러를 넘어간다면 조 단위 수익까지 기대된다. 이 자금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승계 재원에 활용될 수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재 4족보행 로봇 ‘스팟’과 물류 자동화 로봇 ‘스트레치’를 상용화해 현대차그룹 계열사, DHL 등에 공급 중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이르면 연말 현대차그룹 생산공장에 투입돼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고, 2028년께 외부 상용화 추진이 예상된다. 로봇 판매가 늘고 흑자 전환에 성공한다면 기업가치도 크게 뛸 전망이다.

최근 주목받는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가 395억달러(약 5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점도 기대감을 키운다.

다만 반복되는 적자, 로봇시장의 불확실성은 부담이다. 높은 기업가치는 로봇산업의 장밋빛 전망에 근거한다. 피규어 AI도 실질적인 매출액이 전혀 없지만, 가능성에 근거해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냈다. 때문에 투자 과열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IPO 시점도 불투명하다.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풋옵션(매수 청구권) 조건에 따라 올 상반기 상장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현대차 측은 연초 컨퍼런스 콜에서 “현재는 확정된 계획이 없고, 단기간 내 검토 계획도 없다”고 일축했다. 목표 시점이 사라지면서 IPO도 기약 없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12.4% 지분을 보유 중이며, 이달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현대차그룹이 사들여야 한다. 소프트뱅크는 내년 6월에도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로 당분간 적자를 기록하겠지만, 아틀라스의 성능 고도화가 진행되고 상용화 시기가 다가올수록 기업가치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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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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