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10% 넘는 자사주 기간 내 처분
증권업계, 주주환원 확대ㆍ주가 상승
백기사 무력화, 경영권 방어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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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권해석 기자]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 못지않게 자본시장의 관심을 받는 것이 상장회사 자기주식(자사주) 소각 의무화 여부다. 지난 21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사안인데, 속도전에 돌입한 상법 개정과 비교해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는 않고 있다.
9일 <대한경제>가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상장기업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504개 기업이 전체 유통주식의 5% 이상을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가 5%를 넘으면 보유 목적과 처분계획 등을 공시해야 한다. 자사주 비율이 10%를 넘는 기업은 216곳이었고, 40% 넘는 기업도 4곳이나 있다.
자사주는 말 그대로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회사가 다시 사들여 보관하고 있는 주식이다. 회사가 자사주를 보유하려면 주주에게 돈을 주고 주식을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주주환원 수단으로 꼽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자사주가 주주환원이 아니라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이라는 비판도 있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에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자사주 마법’이나 우호주주에 자사주를 넘겨 경영권을 방어하는 ‘백기사 전략’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윤석열 정부에서도 자사주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인적 분할 시 자사주에는 신주 배정을 제한하고 자사주 관련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을 진행하기도 했다.
자사주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재명 정부에서 자사주 의무 소각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더불어민주당은 ‘상장회사 자사주에 대한 원칙적 소각 제도화 검토’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 5일 민주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자사주 의무 소각 방안은 빠졌지만, 민주당은 구체적인 방안을 국회 차원에서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상장기업의 자사주 보유한도를 정하고 일정 기간 내에 한도를 넘어선 자사주는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독일에서는 자본금의 10%를 넘는 자사주는 3년 내에 처분하고, 기간 내 처분 못 한 자사주는 소각하도록 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주가 상승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주식 수는 줄어 주식가치 제고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밸류업(기업가치제고) 계획을 내놓은 기업 상당수가 자사주 소각 계획을 담고 있다. 밸류업 요구가 강했던 지난해 상장기업의 자사주 소각금액은 13조9000억원으로 1년 전(4조8000억원)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나기도 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사주의 의무 소각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일반 주식보다 의결권을 더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등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이 있는 해외와 달리 거의 유일한 경영권 방어수단인 백기사 전략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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