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건완 기자] 현충일인 6일 오전 10시, 전 국민이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리는 사이렌 묵념 시간에 보이스피싱 예방 재난방송이 전남 영광지역에서 함께 울려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행정안전부는 제70회 현충일 추념식에 맞춰 오전 10시부터 1분 동안 묵념사이렌을 울린다고 밝혀왔다. 이날 모든 국민은 전국에서 묵념에 참여했다.
그런데 영광군은 묵념 사이렌과 묵념 시간에 보이스피싱 예방방송을 각 읍·면에 설치된 재난방송 스피커를 통해 내보냈다. 이 같은 방송이 섞이면서 기강 해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영광읍 한 주민은 "보이스피싱 예방도 중요하지만 모든 국민이 호국 선열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추모하는 사이렌 시간에 방송 소리가 겹쳐 몹시 황당했다"면서 "새 정부 들어 사흘도 안됐는데 이런 상황이 나온 걸 보면 넋 씨알 빠진 공무원들의 기강도 깊이 짚어 봐야한다"고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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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조기를 게양한 영광경찰서 전경./사진:김건완 기자 |
<대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영광경찰은 이 같은 안내 방송을 지난달부터 영광군 재난안전과에 협조 공문을 통해 날마다 오전 10시에 재난방송으로 내보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도 같은 방송이 예약돼 있었지만, 군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이같이 행안부 지시에 따라 묵념 사이렌을 동시에 내보냈다. 이에 따라 영광지역 읍면과 출장소 등 12곳이 넘게 일제히 방송돼 주민들을 언잖게 했다.
영광군 관계자는 "영광경찰서 협조 요청으로 매일 오전 10시에 방송을 예약해 내보냈는데, 중요한 현충일 사이렌 시간에 겹치는 단순한 실수를 했다"며 "좀 더 신경을 써야 했는데 군민들에게 혼선을 줘 거듭 송구하며, 앞으로 이러한 일이 없도록 업무를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
한편 본보는 자세한 경위와 추후 조치 등을 듣고자 영광경찰서를 방문했으나 영광경찰은 취재를 단호히 거부했다. 당시 당직인 영광경찰서 상황실장은 외출 상태였다.
김건완 기자 jeon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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