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150여명 인근 호텔 대피
15층 외벽 파손…창문도 깨져
밸브 조립 등 조사 후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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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 아파트로 쓰러진 천공기. 현재는 철거가 완료된 상태다. / 연합 |
[대한경제=김민수 기자]15층 아파트를 덮친 천공기가 사고 발생 이틀 만에 철거됐다. 아파트 구조안전진단 및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지반상태의 불량보다는 기계적 결함 가능성이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8일 소방당국과 DL건설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7시 21분께 경기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의 아파트 건물로 쓰러진 천공기의 철거 작업이 완료됐다.
앞서 지난 5일 오후 10시13분께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제10공구 노반신설 기타공사 현장에서 길이 44m, 무게 70.8t의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가 인근 15층짜리 아파트 쪽으로 기울어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천공기는 사고 당시 작업 중은 아니었다.
이 사고로 다친 사람은 없으나 주민 2명이 크게 놀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또 해당 동에 사는 주민 150여 명이 인근 호텔 등으로 대피했다. 특히 최상층인 15층 세대는 외벽 일부가 파손되고 창문이 깨지는 등의 피해를 봤다.
해당 현장의 시공사는 DL건설이며, 발주처는 국가철도공단이다. 현재 깨진 외벽 일부 보수 및 건물 구조안전진단 등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를 통해 드러나겠지만, 현장을 답사한 전문가들은 중장비의 전도 방지를 위한 고정 장치 결함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한다.
건설기계 전문가는 천공기의 중심축에 해당하는 높이 44m의 리더를 지지해주는 2개의 백스테이 중 1개가 천천히 아래쪽으로 이동하면서 무게중심을 잃고 장비 전체가 넘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백스테이는 리더가 전도되지 않도록 지지하는 장치다. 특히 사고 하루 전 백스테이 유압 실린더를 수리했다는 증언에 따라 백스테이를 고정해주는 밸브의 조립 불량 또는 유압 실린더를 감싸는 피스톤실 조립 불량으로 누유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한 전문가는 “사고 수습 후 유압 실린더 백스테이에 부착된 밸브 조립 상태 또는 피스톤실 등을 조사한 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다만, 이는 현장 답사를 토대로 한 것이라 경기도 및 국토교통부의 사고조사 내용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공기 전도 사고는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 경기 평택시 합정동의 공공매입 임대주택 공사장에서 길이 24m 천공기가 전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역시 사고 당시 작업이 종료된 상태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공사장 인근에 주차된 차량 3대가 파손됐다.
2023년 3월 울산 남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천공기가 넘어지면서 인근 원룸 건물을 덮쳐 5명이 다쳤고, 2022년 1월에는 경북 경주시 황성동 아파트 건설 공사 현장에서 길이 45m의 천공기가 건너편 식당가 건물을 덮쳐 1명이 부상했다. 2011년에는 서울 영등포구 신길시장 현대화 정비사업 공사장에서 길이 30m, 무게 120t의 천공기가 왕복 8차선 도로로 넘어지면서 지나가던 운전자와 행인 등 4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김민수 기자 k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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