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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홍 구로구청장 “떠나는 도시에서 머물고 싶은 도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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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09 09:24:49   폰트크기 변경      
신임 구청장 인터뷰

”가리봉ㆍ고척 등 신통기획 사업 속도 

구로사랑상품권 확대 민생안전 총력 

민관 거버넌스 복원, 교육 환경 개조 

철도 지하화 등으로 지역 단절 해소


장인홍 서울 구로구청장이 구로구청 내 집무실에서 <대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 : 안윤수 기자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12ㆍ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이후 치러진 첫 전국 단위 선거이자 내년 지방선거의 전초전. 민심의 풍향계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4ㆍ2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그 중심에는 56.2%라는 득표율로 당선된 장인홍 구청장이 있었다. 전직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출신이자 구로구 현안에 정통한 장 구청장은 “더 나은 내일, 함께 여는 구로”라는 기조 아래 민선 8기의 후반기를 이끌게 됐다.

서울 구로구의 구도심에는 재개발과 재건축에 대한 열망이 응축돼 있다. 주민 10명 중 9명이 정비사업이 필요하다고 답할 만큼 열악한 주거환경은 ‘떠나는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장 구청장은 이를 ‘머무는 도시’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단순한 건물 신축이 아닌 “주거환경의 체질개선”을 내세운 그의 구정 철학이 반영된 정책은 우선순위부터 달랐다.

“현재 구로에는 재개발ㆍ재건축이 추진 중이거나 주민 의사가 확인된 구역이 93곳에 이릅니다. 사실상 아파트 지역을 빼고는 대부분 정비가 필요하다는 얘기죠.” 그는 “이미 시작된 지역은 차질 없이 지원하고, 아직 초기 단계인 곳은 갈등을 중재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 구청장 시절 운영되다 중단된 ‘재개발ㆍ재건축 지원단’을 취임 직후 민관협력 중심으로 복원시켰다. 이달 중순 위촉식을 거쳐 공식 재가동된다. 가리봉1ㆍ2구역, 고척동 253번지 일대 등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도 사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장 구청장은 “가리봉동은 구로디지털단지 바로 뒤편에 위치한 지역으로, 배후주거지와 상권이 함께 조성돼야 청년층 유입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비사업은 녹록지 않다. 그는 “경제성이 안 나옵니다. 가구당 3억∼5억씩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니 선뜻 추진되기 어려운 곳이 많습니다”라며 “구청장이 안 해줘서 그렇다는 말, 억울하죠. 저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장인홍 구청장(왼쪽 두 번째)이 화원경로당에서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 : 구로구 제공 


구정 운영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벽은 예산이다. 장 구청장은 취임 첫날 예산 결산서를 펼쳐보고 158억원의 ‘펑크’를 확인했다. 그는 “작년 연말 예산 편성 당시, 결산해서 남을 걸로 예상했던 순세계잉여금이 실제보다 과도하게 잡혔다”며 “(기존에 세운 재정지출 계획을 줄이는) 감추경을 부서마다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민생지원을 위해 고심 끝에 추진한 것이 ‘구로사랑상품권’ 대폭 확대다. 발행 규모를 기존 79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늘리며, 지역 소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사실 1인당 10만원씩, 전 구민 민생지원금을 검토하기도 했어요. 400억원이면 가능했죠. 그러나 지금 구청 살림으로는 언감생심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 지역화폐였습니다.”

정비사업과 더불어 교육 인프라 강화도 장 구청장의 핵심 공약이다. 그는 “한 학년 입학생 수가 50명도 안 되는 학교가 있습니다. 평균보다 출산율이 낮은 게 아니라, 젊은 층이 안 오기 때문이죠. 교육 때문에 떠나는 현실을 바꿔야 합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출신이다. 시의원 시절부터 ‘혁신교육지구’ 조성을 주도했던 경험을 살려, 민관 거버넌스를 복원해 학교와 마을, 학부모가 함께하는 교육 생태계를 재구축할 계획이다. 장 구청장은 “상담인력 확충, 진학 프로그램 지원, 다문화학생 대상 사업 등은 구청이 직접 챙길 수 있습니다. 고교서열화나 자사고 문제는 중앙정부 과제지만, 그 외엔 책임지고 해내겠습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림역 출구에 하나만 빠져 있는 에스컬레이터 설치도 시의원 시절 설계까지 해뒀던 숙원사업”이라며 “이제는 책임지고 집행할 위치가 됐기 때문에 바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 구청장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가치는 ‘연결’이다. 단절됐던 행정을 잇고, 분절된 지역도 잇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로차량기지 이전이다. 그는 “지역을 단절시키고, 교통 소음 민원이 끊이지 않는 핵심 현안”이라며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차량기지 이전 후 부지에는 주거ㆍ문화 복합단지를 조성해 지역의 새로운 성장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더불어 경부선ㆍ경인선 철도 지하화도 함께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단순한 이전이 목적이 아닙니다. 구로의 공간 구조를 바꾸고, 삶의 질을 바꾸는 일입니다.” 민선 8기에서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년 2개월이다. 하지만 그는 “1년을 4년처럼 일하겠다”며 “주어진 시간 안에 실현 가능한 공약만을 채웠다”고 했다. 그는 “떠나고 싶은 구로에서, 머물고 싶은 구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공단ㆍ공순이, 오명 아닌 구로 자긍심…산업화박물관 세워 교육의 장으로”


장인홍 구로구청장. / 사진 : 안윤수 기자 


서울 구로구에는 오래된 이름이 있다. ‘공단’, ‘공순이’, ‘벌집촌’. 어떤 이에게 아직도 구로를 ‘서울의 변방’으로 떠올리게 하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장인홍 구청장은 이 오랜 오명을 ‘자긍심’으로 바꾸고 싶다고 말한다.

“과거 구로공단은 이름 그대로 ‘대한민국 수출산업공단’이었습니다. 그 산업 역군들이 지금도 이곳에 살고 있어요. 왜 부끄러워해야 합니까. 오히려 교육되고, 대접받아야 할 역사지요.”

그가 제안한 구로의 미래는 ‘산업화 박물관’ 건립이다. 단순한 전시공간이 아닌, 구로의 정체성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교육의 장으로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과거를 지우는 게 아니라, 기억을 품고 가르치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구로디지털단지 인근 국유지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그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진지한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지금은 설득을 위한 공감대를 넓히는 단계”라고 했다.

장 구청장의 행정 철학은 ‘소통’에 뿌리를 둔다. “구청장이 공무원 뒤에 숨으면 안 됩니다. 불편을 말하는 주민을 10번이고 20번이고 만나야지요.” 실제로 그는 취임 직후 5대 갈등 현안을 정리해 직접 현장을 돌며 주민들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예컨대 구로거리공원 지하주차장 건립사업은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유일한 도심 휴식처를 잃게 된다는 우려로 반발이 컸다. 장 구청장은 해당사업을 전면 보류하고 “주민의 편에 서겠다”고 선언했다. 디큐브시티 용도변경 문제, 제중요양병원 장례식장 추진도 마찬가지다.

“장례식장 자체를 혐오시설로 보진 않습니다. 하지만 교통 안전 문제는 냉정하게 따져야 합니다.” 그는 현재 용역을 통해 교통영향 평가를 진행 중이다. 소송 가능성도 예상하지만, “이길 수 있는 근거를 하나씩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임 구청장의 중도 사퇴로 구정이 6개월 이상 공백 상태였던 구로는, 행정의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장 구청장은 취임 직후 비공개였던 ‘구청장에게 바란다’ 민원 게시판을 공개로 전환하고, 직소민원실을 확대 개편하는 등 제도적인 소통 구조도 손봤다.

그는 구정을 ‘주민이 설계하고, 함께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진짜 지방자치는 행정이 ‘위임’이 아니라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 때 완성됩니다.” 민관 협치 거버넌스 복원을 포함한 정책 설계는 이미 시작됐다. 6월에는 구로구협치회의를 재정비하고 신규 위원을 위촉할 예정이다.

“정체성이란 말은 화려한 도시 브랜드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자부심에서 나오는 겁니다.” 장인홍 구청장은 50년을 구로에 살며 구로고등학교를 졸업한 ‘구로 토박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머물고 싶은 구로, 자랑스러운 구로. 그게 진짜 목표입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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