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데스크칼럼] 통합과 다양성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5-06-10 06:00:23   폰트크기 변경      


새 정부가 출범했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선서는 계엄과 탄핵, 조기 대선이라는 드라마 같은 과정의 결말이었다. 이날 국민의 눈과 귀는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선서와 이어진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 집중됐다. 취임 일성은 국정운영의 방향과 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메시지다. 시즌2 드라마의 예고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고편은 나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이날 국민에게 전달한 메시지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통합’이었다. ‘모두의 대통령’, ‘통합정부’, ‘통합은 유능의 지표’, ‘분열은 무능의 결과’,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 등의 단어와 수사가 이어졌다.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이 어느 때보다 첨예해진 상황에서 대통령이 취임일성으로 이 문제를 짚은 것은 시의적절하다. 선거 과정에서도 통합을 외치면서 외연 확장에 성공했기에 문맥의 자연스러움과 진정성도 느껴진다.

문제는 통합이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극단주의가 득세하면서 극한 대결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다. 통합이 쉽지 않은 다른 이유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민주사회라는 점에도 있다. 수많은 목소리와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억지로 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전체주의 사회라면 어렵지 않다. 99% 찬성률을 자랑하는 북한, 일사불란한 독재국가, 반대세력을 진압하는 계엄 역시 국가적 통합과 단결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다른 목소리는 제거된다.

민주사회에서의 통합은 이와 다르다. 한가지 목소리가 아니라 다양성의 인정이 통합으로 가는 시작이다. ‘내가 틀릴 수 있고 당신이 옳을 수 있다.’ 다름을,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 통합의 전제다. ‘열린 사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열린 사회’는 지금 우리에게는 요원해 보인다. 정치인과 목사, 유튜버, 강사가 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 음모론과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퍼뜨리고 국가기관에 대한 공격을 선동한다. 선동은 제대로 작동한다.

무력으로라도 상대방의 입을 막아야 한다는 자들은 ‘열린 사회의 적들’이다. 전체주의적 통합이다. ‘자신만, 자기편만 옳다’라는 고집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다. 승복하지 않기 때문에 부정선거, 음모론, 혐오가 뒷받침되고 신념이 된다. 이들과도 통합할 수 있을까. 난제다.

그럼에도 통합 대통령이라면 ‘내가 틀릴 수 있다’라는 생각을 곱씹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인사에서 걱정스러운 대목이 읽힌다. 총리와 참모진을 측근들로 구성한 것이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헌법재판관은 결이 다르다. 과거 자신을 수차례 변호했던 법조인을 헌법재판관 자리에 앉히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는데 사실이라면 논란을 피할 수 없다. 통합행보와 거리가 멀고 내편 챙기기에 가깝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그랬더라면 야당 대표 이재명은 뭐라고 했을까.

‘내가 틀릴 수 있다.’ 민주사회에서의 통합은 ‘내 밑으로 다 모이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나 사이 어딘가 지점에서 만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통합의 길은 험난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초심을 잃지 않고 모두의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김정석 정치사회부장 jskim@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