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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미필적 고의 있었다면 공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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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10 15:26:26   폰트크기 변경      
1심 유죄→ 2심 무죄… 대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 과정에서 ‘현금수거책’으로 범행에 가담한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면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사기와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3월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다가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이른바 ‘김미영 팀장’으로부터 고객을 만나 퇴직금과 월급정산서류 등을 전달하는 아르바이트 업무를 제안받았다.

이후 A씨는 김미영 팀장의 메신저 연락에 따라 피해자 8명을 만난 다음 위조문서를 건네고 모두 1억6900만원을 받아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송금하는 등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현금수거책은 보이스피싱 범행이 완성되는 데 필수적인 역할로서 비교적 단순 가담자라고 하더라도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행위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A씨에게 사기죄 등에 대한 고의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는 것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현금수거책의 공모 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함으로써 범죄에 공동 가공해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다”며 “이런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자신을 채용했다는 업체의 조직과 업무, 실체 등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받은 현금 액수를 피해자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확인하지 않고 업체와 무관한 제3자에게 무통장 송금을 하는 식의 이례적인 수금 방식을 활용한 점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A씨의 나이, 경력 등을 보면 A씨는 자신이 현금수거업무를 통해 보이스피싱 등 범행에 가담하는 것임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 판단에는 사기죄 등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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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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