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웃으로 남아야…무조건 반대는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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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시의회 제331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 사진 : 서울시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대해 “매우 저렴한 외국 인력 도입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노동 환경에 비춰볼 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사실상 사업 기조 전환을 시사했다.
오 시장은 12일 서울시의회 제331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이제는 일본처럼 최저임금을 지급하면서도, 사회 통합의 기조 아래 외국 인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더 지속 가능한 정책”이라며 “요즘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언급해 온 ‘저비용 외국 인력’ 기조에서 방향을 틀겠다는 것이다.
이번 질의는 아이수루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비례)의 집중 추궁으로 이뤄졌다. 아이수루 의원은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실상은 무단이탈, 인권침해, 과도한 노동시간 등 문제가 연이어 불거졌다”며 “일부 노동자는 하루에 세 가정을 오가며 공원이나 지하철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했고, 통금ㆍ외박 금지 규정 등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처음에는 사실 욕심을 부렸다”며 “홍콩, 싱가포르 모델을 벤치마킹해 저렴한 비용으로 노동력을 공급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 인권 수준이나 노동 여건을 고려하면 일본식 모델이 더 지혜로운 대처일 수 있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우리 최저임금 정도는 드리면서, 좋은 이웃으로 남게끔 사회 통합의 틀 안에서 접근하는 게 지속 가능한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은 오 시장이 저출생 대응책의 하나로 중앙정부에 제안해 지난해 9월 시범사업으로 시작됐다. 내국인 돌봄 인력이 감소하는 가운데, 고용 비용 부담으로 양육을 포기하거나 경력단절이 심화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시범사업 시행 과정에서 ‘저임금 외국인’이라는 기조는 곧 한계에 직면했다.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으면 인권 문제가 발생하고, 적용하면 기대했던 비용 절감 효과가 사라지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시범사업 종료 후 서울시는 고용 기간을 12개월로, 취업활동 기간은 13개월로 연장했지만, 고용노동부는 본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시 외 타 지자체에서는 수요가 거의 없어 전국 확대 계획도 무산됐다.
그럼에도 오 시장은 사업의 순기능도 강조했다. “수요자 만족도는 95%, 공급자 만족도도 70% 이상으로 나타났다”며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수정ㆍ보완을 거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제는 제도를 어떻게 숙성ㆍ정비할지 논의할 때”라는 입장이다.
이날 아이수루 의원은 시범사업 운영 업체의 관리 부실도 도마 위에 올렸다. “계약서에 없는 통제, 업무 범위의 불분명, 자율규정의 남용이 있었다”며 “그런 업체에 서울시가 시장 표창까지 수여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이에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일부 우수한 성과를 낸 업체에 수여한 것이며, 향후 기준을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서울시는 법무부가 별도로 추진 중인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서울에 체류ㆍ거주하는 외국인이 개별 가구와 직접 계약을 맺는 형태로,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오 시장은 “절대적인 노동력 부족 시대가 올 것이기에 시범사업 형태로라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시작도 하기 전에 비판부터 할 게 아니라, 열린 자세로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시범사업 종료 후에도 근무 중인 87명의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해 고용 연장 및 처우 안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본사업 전환 여부와 별개로, 서울시 차원의 중장기 외국인 돌봄 인력 운영 방안도 함께 마련될 전망이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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