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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30년] ‘낡았던’ 동네 동대문, 3년 만에 서울의 ‘속도’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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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17 06:00:24   폰트크기 변경      
‘막힌 걸 뚫는’ 동대문구 행정혁신

56년 민원 삼천리연탄공장 철거 

방치 고교 부지엔 서울시립도서관 

경동극장은 인증샷 성지 스타벅스로

청량리역 2030년 12개 철도 개통 

서울동북권 복합환승중심지 우뚝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 전경. / 사진 : 동대문구 제공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1995년 6월, 주민들이 직접 단체장을 뽑은 날로부터 30년. 한국의 지방자치는 관선시대의 관료 행정을 지나, 진짜 ‘주민 중심 행정’으로 서서히 진화해왔다. 지역의 고민을 지역에서 풀고, 동네의 변화가 한 사람의 하루를 바꾸는 시대. <대한경제>는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아 그 변화의 궤적을 따라간다. 그 두 번째 사례는 서울 동대문구다.

서울의 가장 낡은 도시, 수도권 개발 흐름에서 비껴 있던 곳. 하지만 그 도시는 지금, 서울의 속도를 가장 빠르게 따라잡는 곳이 되었다. 변화의 시간은 단 3년. 정치는 새로웠고, 행정은 단단했다. 민선 8기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전임구청장 임기 12년간 풀리지 않던 숙원사업들을 과감히 매듭지으며, ‘막힌 걸 뚫는’ 구정 철학을 실현해왔다. 변화는 연탄공장 철거에서 시작됐다.

“먼지 걱정 없이 창문 열 수 있어요”


지난 5월 서울 동대문 전농동 5000평 넘는 대지에 문을 연 초화원 ‘지식의 꽃밭’을 시민들과 함께 걷고 있는 이필형 동대문구청장(가운데). / 사진 : 동대문구 제공 


구 청량리 일대. 서울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삼천리연탄공장은 56년간 운영되며 소음과 먼지로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다. 민선 8기 들어 구청이 집요하게 설득한 끝에 공장 측이 이전을 결정했고, 동대문구는 지난해 7월 공장 부지를 매입했다.

반세기 묵은 환경 난제가 마침내 해결된 것이다. 인근 주민들은 “아이 키우는 집도 먼지 걱정 없이 창문을 열 수 있게 됐다”며 환호한다. 현재 공장은 폐업 후 철거를 진행했고, 그 자리에는 주민들을 위한 대규모 복합스포츠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또 다른 골칫덩이였던 고등학교 부지도 새 주인을 찾았다. 서울시와의 토지 맞교환을 통해, 10년 넘게 방치됐던 부지가 서울시 최대 규모의 서울시립도서관 동대문 분관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에 있을 착공 전까지는 총 5000평의 대지에 ‘지식의 꽃밭’이라는 이름의 초화원이 들어섰다. 

20년간 방치된 장안물류센터 나대지도 정비됐다. 애물단지였던 경동극장은 2030세대의 성지 스타벅스(경동 1960점)로 재탄생했다.

동대문 주민들은 “수년 간 쌓인 민원이 해결되는 속도, 현장 행정의 응답력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결과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동대문구는 ‘2025 민선8기 공약이행 평가’에서 2년 연속 최고등급인 SA등급을 받았다.



무질서한 거리에서 걷는 길로, 도시의 결이 달라졌다


청량리역 전경. / 사진 : 동대문구 제공 


도시의 표정은 거리에서 드러난다. 동대문구는 서울시 최초로 자치구 직영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운영하며 무질서한 거리가게 문제에 정공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실명제와 점유구역 구분제, 주민 중심의 협의 시스템을 통해 현재까지 40%가량(전체 563곳 중 233곳) 정비를 완료했다. 그 결과 올해 3월 서울시 거리가게 평가에서 25개 자치구 중 최우수구로 선정됐다.

비워낸 자리엔 걷는 길이 들어섰다. 넓어진 보행로는 청량리역부터 동대문역사문화공원까지, 지역의 주 흐름을 따라 이어진다. 통학로를 중심으로 조성된 ‘청량꿈숲’은 아이들의 등굣길을 안전하게 바꾸었고, 도시녹화 사업은 집 앞 정원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배봉산, 중랑천, 간데메공원, 천장산 등지엔 숲과 둘레길, 황톳길이 조성돼 도시 전역이 연결된 생활 녹지망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구는 올해 6월 자치구 최초로 수상스포츠 체험교육장을 개설했다. 구민들은 카약, 패들보트, 수상 자전거 등을 이제 ‘집 앞’에서 즐기게 된다. 



“주민의 자부심이 곧 도시의 미래”


구정 슬로건 ‘좋아요 동대문’. / 사진 : 동대문구 제공 



동대문구의 다음 무대는 청량리역이다. 2030년까지 12개 철도 노선이 개통되면, 이곳은 서울 동북권의 복합환승 중심지로 도약한다. 환승센터는 단순한 교통 허브가 아니라 문화와 상업이 어우러진 복합공간으로 설계된다.

스마트 도시로의 전환도 가속화됐다. 국토부로부터 스마트 도시 인증을 받은 이후, 자율주행버스, AI 민원 분석, 스마트 횡단보도 등이 생활 곳곳에 도입됐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미래 기술’이라 여겨졌던 변화가 현실이 되었다.

‘좋아요 동대문’이라는 구정 슬로건은 단순하지만 분명하다. 서울의 동북 끝, 한때 낡고 침체됐던 지역이 이제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교육·복지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는 선언이다. 디지털 문화공간, 무장애 둘레길, 청년 봉제창업 지원까지. 도시는 빠르게, 그러나 가볍지 않게 변하고 있다.

이필형 구청장은 “주민이 자부심을 느껴야 진짜 변화”라고 말한다. 머물고 싶지 않던 도시에서 머물고 싶은 도시로. 동대문은 지금, 그 반전의 기로에서 눈부신 속도를 기록 중이다.



“동대문에서 자란다, 우리 아이도 자신 있게”
서울 학생 1인당 교육경비 1위
IB·강남인강·학습코칭까지 촘촘히


2022~2025년 서울 동대문구 교육경비보조금 지원 현황. / 표 : 동대문구 제공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행정가들이 즐겨 쓰는 표현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지만 서울 동대문구는 이 흔한 말을 현실로 바꾸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학생 1인당 가장 많은 교육경비보조금(155억원)을 확보한 도시. 초·중·고교별로 특화된 맞춤형 교육정책, 글로벌 수준의 영어 교육까지. 동대문구는 이제 ‘떠나지 않아도 되는 교육도시’라는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다.

교육은 출발선에서 갈린다. 초등학생에게는 안전한 등하굣길과 특기 발굴 프로그램을, 중학생에게는 진로 탐색과 학습 루틴 형성을 위한 1:1 코칭을, 고등학생에게는 자기주도 학습과 석식 지원, 강남인강 무료 제공까지.

동대문구는 학령 단계별 수요를 반영해 교육 지원책을 설계하고 있다. 특히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 도입은 동대문 교육의 질을 높일 핵심 모델로 평가된다. 휘경여중을 시작으로 시범 적용 중인 IB는 단순 암기 대신 자기 생각을 꺼내고 표현하는 수업 중심의 교육 방식이다. 수업 설계부터 교사 피드백, 평가까지 연계된 시스템이며,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는 데도 효과적이다.

대입 연계성도 확보됐다. 수능 대신 학생부종합전형, 논술, 실기전형 등 수능 최저 기준이 없는 전형들을 통해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 실제로 2026학년도 대학입학 전형을 분석한 결과, 전체 모집인원의 약 46%에 해당하는 전형이 IB 이수자에게 열려 있다.

경희대, 고려대, 한국외대, 삼육보건대 등 관내 대학과의 협약을 통해 동대문 교육은 ‘학교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학 전공 체험, 고교학점제 연계 프로그램 등은 실제 진로와 연결된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동글-E 사업’은 동대문구만의 글로벌 교육 브랜딩이다. 초등부터 중등까지 단계별 영어교육 로드맵을 구축해 ‘놀이부터 유학까지’ 이어지는 영어 학습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외국어대 체험교실, 어학 멘토링, 국제교류, 원어민 화상수업 등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공교육의 품질을 높이고 있다.

이필형 구청장은 “교육은 아이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대문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교육도시는 ‘아이의 성장은 곧 도시의 성장’이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 교육을 이유로 떠나던 도시가, 이제는 교육 때문에 돌아오는 도시가 되고 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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