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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처벌 위주 건설안전 정책, 새 정부에선 발상의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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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19 05:52:29   폰트크기 변경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건설안전 정책이 실효는 거두지 못하고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처벌과 공시’에 집착할 게 아니라 정책 설계부터 다시 점검해야 할 것이다.

<대한경제> 취재에 따르면 새 정부의 건설안전 정책 핵심은 원ㆍ하청 통합 안전관리, 안전보건공시제, 적정임금제 등으로 파악된다. 통합관리 제도의 경우,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선 원청이 모든 하청의 작업방식과 안전을 직접 통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비현실적 규정은 법적 책임 회피를 위한 방어 논리만 낳고, 영세 하청업체와의 계약 기피로 이어져 산업 생태계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기업의 안전정보를 강제로 공시토록 한 제도 역시 허점이 많다. 이미 주요 건설사들이 자발적으로 안전투자 내역을 공개하고 있는데, 여기에 또다시 법적 의무를 부과하면 기업들은 긍정적 수치만을 부각하는 ‘안전 워싱’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적정임금제 역시 기능인등급제가 현장에선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적정임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숙련공은 제값을 못받고, 초보자는 과도한 임금을 받는 시장 왜곡이 초래된다.

문제의 핵심은 이들 정책이 ‘시공 단계’와 ‘시공사’에만 책임을 집중하고 있다는 데 있다. 중소 규모 현장은 역량과 여력이 부족해 규제와 위험 사이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정책이 ‘처벌’위주로 흐르면 현장 작동성과 예방효과 모두를 놓치게 된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해외 사례처럼 안전의 책임을 ‘발주자’까지 넓히고, 기획ㆍ설계 단계에서부터 안전이 고려되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발주자가 예산과 공기를 좌우하는 만큼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지워야 시공사에도 적정한 여건과 대가가 보장된다. 실효적 안전은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보다 ‘누가 안전을 설계하고 보장할 수 있는가’를 묻는 데서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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