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주민 위한 생활품 매장
“선착순 배급 대신 선택권을”
신선식품ㆍ샤워실ㆍ에어컨까지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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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열린 영등포 쪽방촌 ‘온기창고 3호점 개소식'에서 쪽방 주민에게 전달할 비타민꾸러미를 살피고 있다. / 사진 : 서울시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 영등포의 한 쪽방촌. 좁은 골목을 지나 들어선 1층 상가 안, 햇살이 스며드는 매장 안에는 생필품들이 정갈히 진열돼 있었다. 비누, 칫솔, 라면, 생수 등 작은 물품들이지만 이곳을 찾는 주민들에게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이름도 따뜻한 ‘온기창고’.
23일 이곳에 세 번째 ‘온기창고’가 문을 열었다. 서울시는 이날 영등포구 ‘온기창고 3호점’에서 개소식을 열었다. 현장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영옥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하이트진로와 NH투자증권,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등 후원사 관계자, 그리고 쪽방촌 주민 등 30여 명이 함께했다.
‘온기창고’는 이름 그대로 주민에게 따뜻함을 나누는 공간이다. 매장에는 다양한 생필품이 진열돼 있고, 주민들은 사전에 배정된 적립금 한도 내에서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직접 고를 수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문을 연 서울역 쪽방촌(1호점), 돈의동 쪽방촌(2호점)에 이은 공간이다.
이전까지는 후원 물품을 받기 위해 주민들이 긴 줄을 서야 했다. 하지만 줄 서는 문화가 사라지면서 자존감 하락, 중복 수령, 거동 불편자 소외 등의 문제가 크게 개선됐다고 시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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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폭염 대비 쪽방촌 현장 점검에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영등포 쪽방촌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 : 서울시 제공 |
이번 3호점에는 물품 진열 공간뿐 아니라 테이블ㆍ의자가 구비된 휴게실, 전자레인지로 간단한 조리가 가능한 공간도 마련됐다. 남녀 샤워실은 각각 4대씩 설치돼 기존 1개 남녀 공용 샤워실보다 크게 확충됐다. 신한은행 후원으로 세탁기와 건조기도 각각 2대씩 비치됐다.
이날 개소식에서는 하이트진로와 ‘온기창고 비타민 프로젝트’ 협약식도 열렸다. 이 프로젝트는 취사 환경이 열악한 쪽방 주민들에게 월 1회 700명 분량의 7000원 상당 신선식품 꾸러미를 제공하는 것으로, 연간 5000만원 규모다.
또 이날 오 시장은 쪽방촌을 돌며 여름철 폭염 대비 실태도 점검했다. 공공형 에어컨과 쿨링포그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밤더위대피소와 소화전 살수, 건강취약자 대상 방문간호서비스까지 꼼꼼히 살폈다. 서울시는 영등포 쪽방촌에 무더위쉼터ㆍ밤더위대피소를 각 1곳씩 운영하며, 에어컨 필터 교체와 전기요금 3개월 지원, 전염병 방역 등을 진행 중이다.
오 시장은 “온기창고는 단순히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쪽방주민의 자존감과 존엄성을 지켜드리는 ‘배려’가 깔려 있기에 ‘행복창고’라 불리며 큰 호응과 사랑을 얻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쪽방 주민의 삶, 마음까지도 세심하게 살피고 주민 눈높이에서 꼭 필요한 정책을 계속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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