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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경제 DB. |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한국은행이 급증하는 정책대출이 가계부채 관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도 정책대출을 DSR 규제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한은도 같은 입장을 내비치며 제도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25일 한은이 발표한 ‘2025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정책대출에도 DSR을 적용할 경우 가계대출 잔액 중 DSR 적용대상 비중이 5.6%포인트(p) 증가해 가계부채 관리 효과가 높아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정책대출은 DSR이 아닌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원리금 상환액을 평가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받으며 상대적으로 완화된 심사 기준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 같은 정책금융의 공급 확대로 정책대출이 가계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말 9.0%에서 2024년 말 16.4%로 상승했고, 주택 관련 대출 대비 비중도 같은 기간 16.9%에서 28.1%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정책대출의 과도한 공급은 주택시장 가격 상승 압력과 가계부채 부담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말 기준 가계 대상 정책대출은 315조6000억원, 공적보증은 598조8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239조5000억원)이 75% 이상을 차지하며 전세대출(76조1000억원)의 비중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에 한은은 수도권 소재 주택에 대한 정책대출에 현행 DTI 규제비율(60%)과 유사한 수준의 DSR 규제를 도입하고, 향후 단계적으로 강화 또는 확대 여부를 검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금융 접근성이 낮은 차주에 대한 배려 필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저소득층·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기존처럼 낮은 금리로 정책금융을 유지하되, 금융교육·재무상담·자산형성 프로그램 등을 병행해 건전성 유지를 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광규 한은 금융안정기획부장은 “정책대출이 주택시장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택 관련 대출 내 비중이 28%에 달하는 정책대출에 대해 DSR 적용 등 보완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주택 수요보다 공급 측면에 정책금융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전했다.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 12년만에 최고”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주택시장에선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고 지방은 하락세를 보이며 지역 간 격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환 능력 차이까지 벌어지며 양극화에 따른 금융불균형이 한층 심화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2.24%로, 2013년 2분기 말(13.5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88%로, 2015년 1분기(2.05%)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였으며 업권별로는 비은행권 3.92%, 은행권 0.53%로 각각 10년, 1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자산과 소득, 두 측면에서 모두 상환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는 전체의 3.2%로 집계됐다.
보유 금융부채 기준으로 보면 자영업 가구의 고위험가구 비중은 6.2%로, 비자영업 가구(4.4%)보다 높아 자영업 부문의 부실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 가구는 전체 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도 16.5%로, 비자영업 가구(24.0%)에 비해 낮고 금융순부채는 –2900만원으로 순자산을 보유한 비자영업 가구(+2000만원)와 대비됐다.
또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2600만원으로, 비자영업 가구(1900만원)보다 약 40% 많은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며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점차 완화될 수 있으나, 서비스업 경기 부진 등으로 소득 회복이 더뎌 상환능력 개선에는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기업 부문 역시 양극화가 뚜렷하다.
지난해 기준 대기업 이자보상배율은 4.0배로 전년(2.1배) 대비 상승한 반면, 중소기업은 –0.7배로 전년(–0.3배)보다 악화됐다.
올 1분기 연체율도 대기업은 0.11%에 불과했지만, 중소기업은 3.37%에 달했다. 다수의 중소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수도권과 지방 간 불균형이 극심해졌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지난 2023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은 9.6% 상승했는데, 서울이 16.1% 급등한 반면, 비수도권은 1.7% 하락했다.
거래량 역시 수도권은 장기 평균을 웃돌지만, 지방은 평균을 밑돌았다.
한은은 금리인하 기대감 속에 수도권은 주택 매입수요가 늘고 있지만 비수도권은 인구 감소와 경기 부진으로 구조적인 수요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렇다보니 소득, 임대료, 전국 아파트 가격 대비 서울 아파트 가격의 격차를 나타내는 서울 주택시장 위험지수도 0.90을 기록하며, 2022년 1분기(0.99)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편 한은은 통화가치와 연동되는 디지털 자산으로 최근 발행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구조적인 리스크를 지적했다.
가치 연동이 무너지는 ‘디페깅’ 발생 시 대규모 상환 요구(코인런)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단기자금시장 충격과 은행 유동성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예금보험이나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장치가 없어, 시장 신뢰 하락 시 충격이 더 크게 확대될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 기반 결제 수단이라는 특성상, 기술적 오류나 범죄 악용 가능성 등 운영 리스크도 상존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종렬 부총재보는 “국내 경기 둔화와 미 관세 정책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취약 차주(가계)·기업·비은행 부문의 리스크 확대와 수도권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세는 금융시스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위험에 대비해 시장안정 노력을 이어가고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 간 공조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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