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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과 헤어질 결심](2) 취업자 줄고, 숙련공·실무인력 ‘엑소더스’… 무너지는 건설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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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7-03 06:00:33   폰트크기 변경      

고금리 기조속 PF시장 얼어붙어
자금줄 막히고 자재비도 치솟아
대형사들도 생존 위한 인력 감축


건설수주·착공 실적도 동반 추락
업계 “건설업 환경 변화에 맞게
숙련인력 양성 위한 지원책 절실”


[대한경제=박흥순 기자]건설업 고용시장이 끝모를 부진의 늪에 빠졌다.

건설업 취업자 수가 13개월 연속 감소하는 가운데 불황의 칼날이 현장 일용직을 넘어 기간제 근로자까지 정조준하면서 고용의 질마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는 건설경기 침체가 일시적 위기를 넘어 산업 전체의 구조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한 신호로 해석된다.

2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6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6000명(-5.1%) 줄어들었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5월(-4만7000명)부터 13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문제는 일시적인 조정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특히 올 들어 감소폭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전년 동월 대비 건설업 취업자 수 감소폭은 올 1월 16만9000명, 2월 16만7000명에 이어 3월에는 18만5000명까지 치솟으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4월(-15만명)과 5월(-10만6000명)에도 높은 감소세를 이어가는 등 올 상반기 내내 건설업 고용시장은 그야말로 ‘일자리 쇼크’에 빠졌다.

이런 전반적인 침체의 여파는 과거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 여겨졌던 대형건설사의 기간제 근로자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장기화된 고금리 기조 속에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이 얼어붙어 자금줄이 막히고, 천정부지로 솟은 자재비 부담과 ‘악성 미분양’까지 쌓이는 등 복합적인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대형사들마저 생존을 위한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이다.


실제 국내 주요 대형건설사 중 올 1분기 임직원 인력현황을 공시한 4곳 중 3곳은 기간제 근로자 감축에 나섰다.

현대건설의 올 1분기 기간제 근로자 수는 247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44명) 대비 370명(-13.0%) 줄였다. 같은 기간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도 각각 3.3%, 10.1%씩 기간제 근로자를 감축했다. 이들은 주로 현장관리와 본사 지원 및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채용된 인력으로, 사업 자체가 줄면서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사정이 더욱 심각한 것은 인력 감축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건설업 일자리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건설수주와 착공실적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어 올 하반기 채용 시장의 문은 더욱 좁아질 우려가 높다.

한국은행은 올해 건설투자 전망치를 -6.1%로 제시하면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예고했다. 투자가 줄면 일자리는 더욱 사라질 수밖에 없다.

올 하반기에는 ‘고용 절벽’이 더욱 가파라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벼랑 끝에 내몰린 것은 중소건설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폐업한 종합건설사 수는 300곳을 넘겨 최근 5년(△2024년 275곳 △2023년 233곳 △2022년 146곳 △2021년 165곳)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자금력과 안정성에서 대형건설사보다 취약한 중견·중소건설사들의 줄도산은 전체 건설업 고용시장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새로운 현장이 생겨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단기간에 고용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의 숙련공과 본사의 실무 인력이 동시에 빠져나가는 것은 산업의 허리가 무너지는 것과 같다”며 “단기적인 지원책을 넘어 건설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고용한파는 장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번 건설업을 떠난 인력의 공백은 향후 산업 경쟁력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라며 “건설업의 환경변화에 맞게 숙련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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