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철 삼일PwC 수석연구원, ‘글로벌 EV 및 ESS 시장 전망’ 주제 발표
유럽 점유율 절반 급락에도 “중국 LFP 일반적 잠식 제동 걸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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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사옥에서 열린 ‘최신 미국ㆍ유럽연합(EU) 통상 정책 및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김승철 삼일PwC 수석연구원이 ‘글로벌 EV 및 ESS 시장 전망’에 대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이계풍 기자 |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 삼원계(NCM) 배터리로 장거리 주행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전략이 제시됐다.
김승철 삼일PwC 수석연구원은 25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최신 미국·유럽연합(EU) 통상 정책 및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중국의 리튬인산철(LFP) 공세에도 한국 삼원계 배터리의 기회는 여전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K-배터리 텃밭’인 유럽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와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이들 3사의 유럽 내 점유율은 2021년 70.9%에서 올 1분기 36.5%로 절반 가까이 급락했다. CATLㆍBYD 등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LFP 배터리로 시장을 공략한 결과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중국의 일방적 시장 잠식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유럽 지역에서 중국이 LFP 배터리로 무한정 점유율을 넓힐 수는 없다”며 “배터리는 전략 자산이기 때문에 유럽 입장에선 중국 기업에 원재료부터 배터리, 전기차까지 전부 넘겨줄 경우 종속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 3사가 강점을 가진 삼원계 배터리의 기회를 강조했다. “중국이 상대적으로 LFP를 잘한다는 것일 뿐, 완전히 삼원계를 뛰어넘고 모든 시장을 석권할 수는 없다”며 “소비자 요구나 정치적 문제 때문에 한국 기업에게도 기회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특히 장거리 주행이 필요한 시장에서는 삼원계 배터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완연한 전기차 시장이 되려면 결국 장거리 주행 쪽에서 내연기관과 확실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LFP 대비 에너지밀도가 높은 삼원계 배터리가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북미 시장에서는 오히려 3사가 약진하고 있다. 점유율이 2021년 26.7%에서 올 1분기 54%까지 2배 증가했다. 김 연구원은 “그동안 북미 쪽에 공장을 증설하고 조인트벤처 납품을 하면서 점유율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우려에 대해서는 “생산 보조금이나 제조 인센티브는 원안대로 유지돼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며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그는 “중국의 저가 공세를 극복하려면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전고체 배터리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초럭셔리 스포츠카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전기차는 자율주행으로 가기 위한 단계”라며 “AI나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자율주행에서는 LFP로는 부족하고 고성능 배터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도 새로운 기회라고 분석했다. “ESS 시장이 매년 20% 정도 성장하고 있으며 AI 데이터센터 급증이 ESS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삼일PwC가 공동 개최한 이번 세미나는 미국과 EU의 최신 배터리 관련 통상 정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 배터리 산업이 직면한 도전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배터리업계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K-이니셔티브의 중심축으로 K-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새정부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면서 “초격차 기술 확보 R&D 강화, 국내 생산촉진세제 도입, 배터리 삼각벨트 조성, 에너지 고속도로와 연계한 ESS 보급,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 등 K-배터리 관련 대선 공약이 새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내실있게 반영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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