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호윤 기자] 제약업계가 올해 들어 연이은 리베이트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학회 후원’과 ‘식대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포장된 불법 리베이트 제공 의혹이 도미노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대웅제약, 불입건 4개월 만에 재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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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미지투데이 제공 |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지난 4월 불입건 종결했던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대규모 경제적 이익 제공 정황을 단순한 식사비 기준으로만 판단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번 의혹은 회사 내부 관계자로 추정되는 공익신고인이 지난해 4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시작됐다. 2022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2년간 회사의 불법 리베이트 영업 실태를 상세히 기록한 자료가 공개됐다.
공익신고 내용에 따르면 대웅제약 영업사원 130여명이 전국 380여 병의원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리베이트 영업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사 신약 처방 유도를 위해 수억원 규모의 학회 지원금을 제공하고, 병원 인테리어 공사와 의료장비 교체까지 지원한 정황이 포착됐다.
하지만 경찰의 초기 수사는 사건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축소됐다. 신고된 380여 병원 중 관할 지역 내 15개 병원만을 대상으로 제한적인 조사를 실시했고, 접대성 식사비가 회당 1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약사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펙스클루 제재 시 실적 타격 우려
재수사 결과에 따라 대웅제약의 미래가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태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펙스클루’는 보험급여 취소부터 판매금지, 제품 회수 처분까지 받을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펙스클루는 대웅제약이 개발한 대표적인 국산 신약으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국내 매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3년 480억원에서 2024년 약 50% 성장해 720억원 규모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행정처분이 내려진다면 대웅제약 실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것으로 분석된다.
대웅제약은 관련 의혹에 대해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약사법 및 공정경쟁규약을 철저히 준수하며 의약학계 발전을 위한 학술행사를 후원하고 있다”며 “공익신고의 근거가 된 보고서는 일부 직원이 성과를 과장해 작성한 CRM 활동 메모”라고 해명했다.
▲‘무혐의 후 재수사’ 패턴 반복
대웅제약 사건은 올해 제약업계를 강타한 리베이트 수사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5월부터 서울북부지검은 S사 등 제약사 3곳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이들은 모두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가진 중견 제약사들로, 각각 특화된 치료 영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제약업계 리베이트 수사에서 주목되는 것은 ‘무혐의 처분 후 재수사’라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번 종결된 사건들이 권익위 이의제기나 상급 기관의 재조사 지시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연이은 리베이트 수사는 제약업계 전반의 영업 관행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전공의나 젊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 설명회’ 형태의 영업 활동이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합법적인 학술 활동과 불법 리베이트 사이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영업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업계 차원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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