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변경 사유 구분 기준
내용 보다 조정 방법 판단
민간건설 공사 총액계약은
설계도면 기준 명확화 필요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건설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설계변경과 계약금액 조정 문제와 관련해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
법무법인 율촌의 건설클레임연구소장인 이은재 수석전문위원이 26일 율촌과 건설기술교육원이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서 ‘계약금액 조정에서의 설계변경’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율촌 제공 |
법무법인 율촌 건설클레임연구소(소장 이은재ㆍ정유철)와 건설기술교육원(원장 권대철)은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타워 율촌 렉쳐홀에서 ‘설계변경과 계약금액 조정’을 주제로 4번째 기획 세미나를 개최했다.
설계변경과 계약금액 조정은 공사비 증감 문제를 넘어 계약 당사자 간의 책임관계, 공사기간 연장, 하자책임 등 공사관리 프로세스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세미나에서는 계약금액 조정의 주요 원인이 되는 설계변경의 유형과 법적 성격, 이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방법과 관련 쟁점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이은재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계약금액 조정에서의 설계변경’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실무상 ‘운반거리의 변경’과 같이 계약금액 조정사유를 ‘설계변경’으로 볼지, ‘기타 계약내용 변경’으로 볼지 혼란스러운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 변경되는 내용이 아니라 조정방법에 따라 설계변경과 기타 계약내용 변경을 구분하는 게 보다 간명하고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측면에서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6조와 기획재정부 계약예규인 공사계약일반조건 제23조에서 ‘운반거리 변경’을 예시한 부분은 삭제해야 한다는 게 이 위원의 주장이다.
또한 이 위원은 “공사계약일반조건상 설계변경은 그 설계변경이 필요한 부분의 시공 전에 완료해야 하지만, 실무상 여러 사정으로 설계변경이 완료되기 이전에 변경시공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변경시공 전 실정보고의 필요성은 해당 공사의 특성과 내용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특히 그는 “공공건설공사에서는 당초 설계와 다른 변경시공이 이뤄지는 경우, 이는 그 내용이나 성질상 이미 예정된 것이어서 당연한 시공에 해당하거나 발주자가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공사계약일반조건의 내용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민간건설공사 총액계약의 쟁점’을 주제로 발표한 조원준 변호사는 “아파트, 오피스텔, 상업용 건물에 관한 민간건설공사의 경우 평당 공사비를 기준으로 총액계약이 체결되고, 계약금액 조정사유의 범위가 제한돼 있는 경우가 다수”라며 “계약의 기준이 되는 설계도면이 무엇이고, 산출내역서와 실시공 물량 차이에 따른 정산이 가능한지가 주로 문제 된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계약기준도면의 해석과 관련해 “판례상 공사금액 산정의 기초가 된 기본설계도면과 동일성이 유지되고 계약 체결 시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는 기존에 합의된 공사의 구체화에 불과하므로 추가공사가 인정될 수 없다”고 말했다.
산출내역서에 의한 공사비 증감 청구와 관련해서는 “총액계약상 실시공 물량이 견적물량보다 늘어난 사정만으로 추가공사비를 청구할 수 없고, 총액계약의 경우 산출내역서가 아니라 설계도면을 기준으로 미시공, 오시공 하자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총액계약에서 계약당사자들이 계약서에 공사금액 산출 기준이 되는 설계도면과 물량정산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발주자 지시 기타 사유로 인한 설계변경은 설계변경의 근거와 공사비 증빙을 충실히 준비해야 한다는 게 조 변호사의 조언이다.
정영수 변호사는 ‘설계ㆍ시공 일괄입찰공사의 설계변경’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 변호사는 설계ㆍ시공 일괄입찰(턴키)이나 대안입찰, 기술제안입찰 등 수급인이 시공책임과 함께 설계책임까지 부담하는 ‘기술형 입찰’과 관련해 “인허가와 관련한 법적 위험을 발주자와 수급인 중 누가, 어디까지 부담할 것인지가 문제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기본적으로 계약문서에 해당하는 입찰안내서의 내용과 해석에 따라 결정될 사항이므로, 입찰 단계의 법적 리스크 검토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실무상 인허가와 관련한 법적 위험을 수급인에게 전가하는 입찰안내서의 독소조항이 흔히 발견된다”며 “조달청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지난해 8월 기본설계 기술제안입찰 표준입찰안내서를 마련해 공개했는데도 여전히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에게는 연구소가 새로 발간한 ‘설계변경과 계약금액조정’(대한경제 펴냄) 도서도 증정했다. 책은 계약금액 조정 관련 이슈들을 중심으로 최근 판례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실제 현장의 사례 분석을 통해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유용한 실무 지침서가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23년 율촌은 공공ㆍ민간영역의 건설 관련 클레임 분쟁을 신속ㆍ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ㆍ건설그룹 산하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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