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최장주 기자] 저축은행 4개 중 1개가 잠재적 M&A(기업인수ㆍ합병) 매물로 떠오르면서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29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인수합병(M&A) 규제 완화 이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저축은행이 약 21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79개 저축은행 중 4분의 1이 매물로 떠오른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자산건전성 악화가 복합 작용한 결과다. 대다수 저축은행은 2018년부터 PF 대출을 늘렸으나,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면서 대규모 손실이 쏟아졌다. 지난해 저축은행업계 누적 순손실은 3974억원에 달했고, 연체율도 8.52%로 전년 대비 1.97%포인트(p)나 치솟았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지난 3월 저축은행 M&A 허용 기준을 2년간 한시적으로 대폭 완화했다. 기존에는 적기시정조치 대상에서만 M&A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최근 2년 이내 자산건전성 계량지표 4등급 이하’로 범위를 확대했다. BIS 비율 기준도 9%에서 11%로 상향 조정돼 M&A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저축은행 매물 수가 크게 늘었다.
이런 업계 1위, 2위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업계 1위를 차지한 OK저축은행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합병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총자산 16조원 규모로 업계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2위로 밀려난 SBI저축은행은 교보생명에 지분 과반을 매각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매물로 거론되는 저축은행은 최근 2년간 적기시정조치(유예 포함)를 받은 곳을 비롯해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등 다수가 포함된다. 특히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요구를 받으면서 매각 압력이 더욱 커졌다. 올해 1분기 연체율이 21.25%로 저축은행 평균(9.0%)을 크게 웃돌면서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업계는 당국의 PF사업장 정상화와 부동산경기 회복 속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잠재 매물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건전성이 악화된 저축은행에 대한 수요는 부족하고 업황 또한 밝지 않아 실제 거래는 아직 기대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최장주 기자 cjj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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