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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 3200억 교환사채 발행 잠정 중단…법원 판단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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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7-02 17:08:40   폰트크기 변경      
2대 주주 가처분 신청에 “이해관계자 의견 존중” 입장 표명

태광그룹 광화문 흥국생명빌딩./사진: 태광그룹 제공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태광산업이 자사주를 기초로 한 32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후속 조치를 보류하겠다는 것이다.

태광산업은 2일 입장문을 통해 “보유 자사주 기초 교환사채 발행과 관련해 트러스톤 측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향후 후속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소액주주 및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이들의 의견과 입장을 존중할 방침”이라며 “트러스톤 측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을 존중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향후 의사결정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으로 태광산업의 대규모 투자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태광산업은 전날(1일) 올해부터 내년까지 총 1조5000억원을 투입해 화장품ㆍ에너지ㆍ부동산개발 관련 기업 인수와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해에만 1조원 가량을 집행할 계획이었다.

투자 자금 조달의 핵심 수단이었던 교환사채 발행이 중단되면서 투자 일정과 규모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태광산업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금은 1조9000억원 수준이지만, 실제 신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은 1조원 미만으로 추산된다. 기존 석유화학 및 섬유 부문에 5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고, 업황 악화에 대비한 3.5개월치 예비운영자금 5600억원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태광산업의 교환사채 발행 계획은 애초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전량(지분율 24.41%)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약 3200억원 규모 교환사채 발행을 의결했지만, 자사주 처분 상대방을 명시하지 않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태광산업 이사들의 위법행위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자사주가 교환 대상인 교환사채 발행은 교환권 행사 시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가 있어 기존 주주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태광산업이 대규모 투자를 통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선 배경에는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과 섬유 부문의 지속적인 부진이 있다. 매출은 2022년 2조6066억원에서 지난해 2조1218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손익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석유화학 2공장과 저융점섬유(LMF)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시설 철거와 인력 재배치에도 상당한 자금이 소요될 예정이다. 일부 나일론 생산공장과 중국 스판덱스 공장도 조만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현 정부의 정책을 반영해 자사주를 소각하고 이를 통해 주식가치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재편을 통해 생존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교환사채 발행을 통한 투자자금 확보는 회사의 존립과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태광산업은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오는 3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해 사업 목적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화장품 제조·매매, 에너지 관련 사업, 부동산 개발, 호텔·리조트 등 숙박시설 개발·운영, 리츠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투자, 블록체인 기반 금융 연관 산업 등이 포함된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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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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