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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ESG 딜레마’…시총 22조 넥슨 D, 위메이드 C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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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7-07 05:00:12   폰트크기 변경      
[ESG 취약한 K-게임]

글로벌 투자기관 핵심지표 ESG
국내업계 대응 여전히 미흡 평가

자산 12조 넥슨, 보고서조차 없어
크래프톤, 환경분야 2년째 ‘취약’
위메이드, 지배구조 리스크 지적

기관마다 다른 평가기준 혼선도
“업종별 특성 반영 가이드라인 필요”


대한경제

[대한경제=민경환 기자] 넥슨게임즈 ‘매우 취약’(D등급), 위메이드 ‘취약’(C등급).

한국ESG평가기준원(KCGS)이 국내 주요 게임사들에 매긴 ESG 등급이다.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ESG를 핵심 투자 지표로 삼고 있지만, 국내 게임업계의 ESG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외 주요 투자기관의 ESG 중심 투자 확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2023년 기준 국내 ESG 금융 규모는 1882조8000억원에 달했다. 국민연금은 2019년 ESG 금융 확대를 본격화한 이후 2023년까지 관련 투자 규모를 1735% 폭증한 587조2000억원으로 늘렸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 등은 지난해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에 외부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인 ‘스코프3’ 공시 의무화를 요구했다.

▲넥슨, ESG 보고서조차 없어

국내 대표 게임사 넥슨의 ESG 대응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 4조1339억원, 자산 규모 12조원에 육박하는 넥슨은 일본 증시에 상장됐다는 이유로 ESG 경영 보고서조차 발간하지 않고 있다. 국내 상장 자회사 넥슨게임즈는 KCGS로부터 ‘매우 취약’(D) 등급을 받았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도 넥슨을 7단계 중 5번째인 ‘BB’로 평가했다.

국내 기업들은 2021년부터 금융위원회 주도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의무화 계획이 자리잡았지만, 넥슨은 이러한 흐름에서 비켜나 있었다. 금융위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2030년 모든 코스피 상장사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의무를 확대할 예정이다.

최근 일본도 ‘녹색 전환 세부기준’을 마련하는 등 ESG 투자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일본 금융당국은 2027회계연도부터 시가총액 3조엔 이상 상장 대기업을 시작으로 ESG 공시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넥슨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일본 본사 이사회 산하 자문기구로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지난해 12월 설립했다. 넥슨코리아 관계자는 “넥슨은 경영전략 차원에서 ESG경영 도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크래프톤·위메이드도 취약점 노출

시가총액 17조원으로 국내 1위인 크래프톤은 환경 분야에서 고전하고 있다. MSCI ESG 등급은 AA로 업계 상위권이지만 KCGS가 환경 분야에서 2년 연속 ‘취약’을 의미하는 C등급을 매겼다. KCGS는 크래프톤의 환경 보호 노력에 대해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로 평가했다.

위메이드는 지배구조 이슈로 KCGS에서 3년 연속 ‘취약’ 판정을 받았다. 환경과 사회 분야에서는 B+, A 등 양호한 성적을 받았지만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이유로 통합 등급도 C를 면치 못했다. KCGS는 “위메이드는 지배구조 영역에 높은 리스크를 안고 있어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게임업계의 ESG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평가기관마다 다른 기준이다. MSCI와 KCGS의 평가 결과가 크게 엇갈리면서 업계에 혼란이 일고 있다.

MSCI는 전 세계 기업을 163개 세부 업종으로 분류해 산업별 핵심 리스크에 대한 평가 과정을 문서화하고 다양한 자료를 활용한다. 반면 KCGS는 평가 항목과 가중치를 ‘영업비밀’로 공개하지 않고 기업·정부기관 공시자료와 일부 뉴스 기사만 인정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크래프톤이다. 크래프톤은 MSCI 등급 AA로 업계 상위 12%에 들었지만 KCGS는 7등급 중 4번째인 B+로 평가했다. 특히 환경 부문에서 C 등급을 받아 종합 성적을 끌어내렸는데, 크래프톤보다 두 단계 위인 B+ 등급을 받은 펄어비스·넷마블 등도 온실가스와 에너지 사용량이 3년 연속 늘었다.

▲규모별 격차도 뚜렷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ESG 등급도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넷마블,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는 MSCI와 KCGS 모두에서 A 등급 이상을 받았다. 카카오게임즈는 국내 게임사 최초로 MSCI 최고 등급인 AAA를 받았고, 엔씨소프트는 2021년 업계 최초로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2022년부터 3년 연속 AA 등급을 기록했다.

하지만 펄어비스·컴투스·위메이드·네오위즈 등 연간 매출 3000억~7000억원대 중견 업체는 컴투스를 제외하면 두 기관 모두에서 A 등급에 들지 못했다. 특히 네오위즈는 KCGS 종합등급 C를 받았고, MSCI 피어그룹 벤치마크에서는 최하점인 CCC에 그쳤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ESG는 투자 관점에서도 중요하지만, 게임 질병화, 중독 논란 등 게임 산업 자체가 공격받는 현실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업종별 특성과 현실적인 기업 여건을 반영한 ESG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경환 기자 eru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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