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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설계공모 몰아치기… 그림자 인력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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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7-08 06:00:40   폰트크기 변경      
인력 수급 비상 걸린 건축설계업계

상반기에만 2200억대 물량 쏟아져

업계 ‘일손 부족’ 아우성

프리랜서 실무 베테랑 몸값 급등

정규직 대비 임금 수 배…박탈감 우려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상반기에만 2200억원대 설계공모를 쏟아내면서 건축설계업계 전반의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 물량 소화를 위한 일손 확보 경쟁이 본격화하며 이른바 ‘그림자 인력’이라 불리는 실무 베테랑들의 몸값도 급등세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ㆍ현직 건축사사무소 종사자 1000여 명이 참가한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는 주요 설계사무소의 긴급 채용 공고가 연일 게시되고 있다.


애초 대화방은 소속 없는 외부 인력 간 정보 교류를 위한 공간이었으나, 올 들어 LH 물량 대응을 위한 아르바이트 형식의 단기 계약직 러브콜이 쇄도하면서 사실상 ‘실시간 구인시장’으로 변했다는 설명이다.

이들 그림자 인력은 적게는 3년 이상, 많게는 15년 이상의 실무 경력을 갖춘 중견 설계자들로, 현상공모부터 실시설계 단계에 이르기까지 업무 전 영역에 고루 투입되고 있다.


소속은 없지만 숙련도를 바탕으로 단기간 내 적응이 가능해 일감이 몰리는 상황에서 설계사무소들이 의존하는 핵심 전력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중견 설계사무소 A사 사장은 “지금처럼 일손이 귀한 시기에는 일반 직원 대비 2배 이상의 급여를 제시해도 섭외에 실패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알바들끼리도 설계사무소가 제시한 조건을 서로 비교하며 몸값 불리기에 나선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올 상반기 LH의 설계공모 집중 발주가 자리한다.


LH는 올 초 건설경기 회복을 목표로 조기 집행을 강조하며 지난달 기준 총 72개 블록, 약 6만8000가구 규모의 설계공모 공고를 마쳤다. 총 설계비는 2209억원이다.


LH의 설계사 선정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조달청은 내달까지 전체 공모에 대한 심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대형 건축사사무소 B사 임원은 “LH가 연내 사업승인을 목표로 하는 만큼 인허가 대응 단계로 전환하는 하반기에는 인력 수요가 한층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짧은 기간에 고소득을 올리는 단기 인력과 이를 지켜보는 정규직 직원 간의 온도차도 감지된다.


중견 건축사사무소 C사 대표는 “회사 입장에서는 고용 유지 부담이 없어 단기 인력 활용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반년 간 집중 근무로 수천만원을 벌고 여유롭게 휴식기를 갖는 이들을 바라보며, 장기 근속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상황이 경영자로서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고 털어놨다.

단기 인력 투입을 반복하면서 외주나 단기 계약 중심의 운영 방식이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정적인 조직 운영, 인재 양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건축설계업계 관계자는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오랫동안 함께 일하며 성장할 수 있는 동료를 키워낼 기반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며 “필요할 때마다 외부 인력을 불러 쓰는 방식이 업계의 새 관행으로 굳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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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부
전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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