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만여 명 예상에도 연 35억 적자
정시성ㆍ속도ㆍ배차 ‘삼중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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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선 트램 정거장의 예상도. / 사진 : 서울시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1968년 이후 58년 만에 서울 거리를 다시 달릴 예정인 트램이 위례신도시에 부활한다는 소식에 관련 지역이 들썩이고 있다. 공정률 88%, 행정절차 통과, 시운전 준비까지 마치며 내년 8월 개통을 앞두고 있지만, ‘교통혁신’이라는 기대 이면에는 적자 구조와 안전 우려 등 만만치 않은 숙제도 남아 있다.
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위례선 트램은 서울 지하철 5호선 마천역과 8호선 복정역∼남위례역을 잇는 총연장 5.4㎞ 노선이다. 총사업비 3030억원이 투입됐으며, 개통은 당초보다 1년 미뤄졌다. 올해 말 본선 종합시험운행에 들어간 뒤 국토교통부 최종 승인을 거쳐 내년 여름 운행에 들어간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위례선 트램 활성화 연구용역’을 발주하며 수요 창출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노선은 시작부터 경제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초 위례선 트램은 2018년 민자적격성 조사에서 B/C 0.75로 탈락해 재정사업으로 전환된 바 있다. 지난 2022년 서울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하루 예상 이용객은 2만8000명, 연 운영수입은 약 67억원, 운영비는 102억원으로 연간 35억원 적자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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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선 트램 차량 예시. / 사진 : 서울시 제공 |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이용객 수요조차 장밋빛 전망일 수 있다는 점이다. 평균 속도는 시속 22㎞로, 자동차나 기존 지하철에 비해 느리고, 마천역∼복정역 구간은 버스노선이 이미 배치돼 있다. 여기에 트램 특성상 전용선을 가진 것도 아니라, 도로 위에서 신호를 받으며 다녀야 해 정시성도 보장되지 않는다. “스크린도어도 없는 기차가 인도와 맞닿은 도로를 다니는 것” 자체에 대해 시민 안전 우려가 제기돼왔다.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이 지난해 말까지 ‘도로교통법과 철도안전법의 충돌’ 문제로 교통안전심의 절차를 놓고 갈등을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지난 6월 심의가 가까스로 통과됐지만, 사업 추진 과정의 혼선과 제도 미비를 그대로 드러낸 사례로 남았다. 윤혁렬 서울연구원 부원장도 “자동차 중심 신호체계에서는 트램이 기존 통행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시는 민간 대신 서울교통공사에 운영을 맡겼고, 경쟁입찰 부재로 인건비 등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서울연구원은 연간 적자가 40억8000만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성남시의 재정부담도 확대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민간위탁보다 공공위탁 방식을 택한 주된 이유는 운영 과정에서의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고, 보다 안정적인 운행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앞서 경전철인 우이신설선, 신림선 등도 수요 예측 실패로 대규모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우이신설선은 하루 평균 13만명 이용을 예상했으나 6만 여명에 그쳤고, 신림선은 13만명 수요 예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만4000명에 그친 전례가 있다.
그렇지만 위례선 인근 부동산은 벌써 들썩인다. 장지동 ‘송파더센트레’ 59㎡는 3월 12억500만원에서 6월 12억7000만원으로 올랐다. 인근 단지들도 “트램이 생긴다”며 호가를 높이는 분위기다.
한편 전국적으로는 30개 트램 사업이 추진 중이지만 실제 착공된 건 위례선이 유일하다. 시 관계자는 “신교통수단은 불가피한 선택이며, 일정 수준의 적자는 감내해야 한다”며 “안전성과 사업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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