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영업이익 4922억원… AMPC 제외해도 흑자 달성
ESS 사업 확대가 실적 개선 견인… 삼성SDIㆍSK온 등은 영업손실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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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의 ‘46시리즈’ 제품. 사진: LG에너지솔루션 제공 |
[대한경제=이계풍 기자]‘K-배터리 맏형’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2분기에 6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업계에선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란 긴 터널을 지나 분위기 반전의 첫 신호탄을 쐈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4922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한 수치로, 시장 전망치인 3150억원을 56.2%나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다. 같은 기간 매출은 5조56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했지만, 수익성은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실적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4908억원을 제외하고도 흑자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실제 영업이익은 14억원에 불과하지만, 2023년 4분기 이후 6개 분기 만에 흑자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개선 비결로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이 꼽힌다. 회사는 지난달부터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글로벌 주요 배터리 제조사 중 유일하게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한 상태다. 업계에선 수율 개선이 이뤄지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밖에 LG에너지솔루션은 고수익 물량 확보와 현지 생산을 통한 물류비 절감, 공정 효율화 등 지속적인 원가 절감 노력을 이어가고 있어 하반기에는 실적 개선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관측이다.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삼성SDI·SK온 등 경쟁자들은 2분기에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SDI는 2분기 15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SK온 역시 1000억원대 영업손실이 예측된다.
이 같은 격차는 사업 포트폴리오와 지역별 전략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찍부터 북미 현지 생산기지를 확충하며 IRA 혜택을 극대화했고, ESS 사업 비중을 늘려 전기차 의존도를 낮췄다. 현재 미국 내 3곳의 공장을 가동 중이며, 추가로 4곳의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배터리 업계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ESS 라인 확대 가동과 북미 고객사 수요 증가로 추가 성장이 예상된다. SK온도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가동 본격화로 북미 출하량 증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5월 전 세계 신규 등록 전기차는 752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32.4% 증가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2026년부터 중국산 ESS 배터리에 대한 수입 관세가 상향 조정될 예정이어서 국내 업체들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 가능성은 여전한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 최근 의회를 통과한 법안에서 전기차 관련 세액공제 폐지 내용이 포함되면서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개선은 그동안 지속해온 글로벌 생산시설 리밸런싱과 공급망 개편, 공정 혁신의 성과가 나타난 것”이라며 “앞으로 LFP, 46시리즈 등 경쟁력 있는 제품 출시와 북미 ESS 시장 현지 생산능력을 갖춘 만큼 국내 배터리 업계 전체의 캐즘 탈출 신호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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