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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사진:안철수 의원 페이스북 캡처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국민의힘을 쇄신할 혁신위원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좌초됐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안철수 의원은 인적 쇄신안을 놓고 지도부와 이견을 보이다 7일 전격 사퇴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장에서 사퇴하고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혁신위원장으로 지명된 지 닷새 만이다.
안 의원이 언급한 직접적인 파행 원인은 ‘인적 쇄신’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대선 후보 교체 논란과 관련해 일종의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었던 분들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를 맡고 있었던 권영세, 권성동 의원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그동안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에게 이들에 대한 사실상 출당 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혁신위원 인선과 관련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안 의원은 “(비대위 측으로부터) 합의되지 않은 인사를 통과시키겠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전했다. 당초 비대위는 이날 총 7인의 혁신위 인선이 완성되지 않아 인선안 의결을 미룰 예정이었지만, 사전 회의 등을 거쳐 한 명을 제외하고 확정된 6인의 인선안을 우선 의결한 뒤 발표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오늘 의결된) 최소한 한 명에 대해서는 제가 합의해준 바가 없다”며 “그리고 (이날 인선되지 않은 1명을 포함해) 비대위원 6명 (인선이) 전부 될 때까지 (인사 안건이) 비대위에 올라갈 줄 몰랐다”고 지적했다.
최근까지 안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은 안 위원장을 제외한 혁신위원 6명 중 원내외 인사 각각 1명을 두고 의견 교환을 해왔다. 그런데 당 지도부가 합의되지 않은 원외 인사 1명을 포함하고 원내 인사 1명은 공석으로 둔 인선안을 일방적으로 의결했다는 게 안 의원의 주장이다.
당 지도부는 갑작스런 안 의원의 사퇴 선언에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송 비대위원장은 안 의원 회견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를 정상적으로 출범해 많은 혁신과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 정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상황은 당혹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인적 쇄신안’을 거부했다는 안 의원 주장에 대해서는 “모든 안건은 혁신위에서 논의해 결정을 내려주면 비대위가 최대한 거기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선 백서를 통해 대선 과정에서의 사실 관계를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책임질 부분, 누가 책임질지 등이 정해지면 그에 따라 혁신위와 비대위에서 조치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고 그렇게 하는 게 일의 순서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당내에서는 안 의원의 요구에 대해 뒷말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무감사나 윤리위원회 조사 등 사실 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 명분을 위해 이 같은 인적 쇄신안을 내세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 지도부는 신속하게 후임 혁신위원장을 선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당이 계획하고 있는 전당대회까지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다음 혁신위원회가 출범하더라도 혁신안을 발굴할 동력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이에 따라 혁신위원회 출범 없이 곧바로 전당대회를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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