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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김현희 기자] 인생은 정말 타이밍인 것 같다. 기자는 금융당국의 6·27 가계대출 대책에 무릎을 꿇은 불특정 다수 중 한 명이라는 점을 밝힌다.
6·27 가계대출 대책 하루 전,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서 현재 호가보다 무려 1억~2억원 낮게 판다고 연락이 왔다. 등기부등본도 깨끗하고 공실이었던 그 집. 내 집을 매도 중개하는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 다음날까지 매수자를 붙일 수 있는지 닥달했다. 그로부터 몇십분 지났을까, 금융위원회의 백브리핑 예정 문자를 받았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좋은 매물이 나왔다. 내 집도 매수를 어떻게하면 붙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백브리핑 내용은 전혀 공지되지 않았지만 대출 규제일 것이라는 느낌적 느낌은 벼랑으로 몰고가기 충분했다. 유예기간이 있으면 다행인데, 사람 심리가 한 번 돌아서면 남인 것을. 발표 나면 매수자를 구하기 힘들 것이고 그동안 원대하게 준비했던 주택 갈아타기는 실패로 돌아갈 것이 뻔했다.
지난달 27일 오전은 그야말로 사망선고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엠바고가 풀리고 발표 관련 보도가 우수수 쏟아지는 순간에는 기자처럼 갈아타기 수요들도 망연자실했을 것이다.
주택 갈아타기를 시도했던 몇개월을 반추하니, 다들 영혼을 끌어 10억원 이상의 대출을 받아도 1억~2억원이 부족해 매수하지 못하는 대기자들이 많았다. 10억원 이상의 대출이면 만기 40년에 연 4% 금리 기준 매월 418만원의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각각 연봉 1억원을 받는 맞벌이 직장인 부부라면, 합산 실수령액이 매월 1200만원 정도이니 큰 부담은 아닐 것이다. 물론 자녀 유무에 따라, 친정·시부모님이 육아에 동참하느냐 아니냐로 큰 부담일지 갈릴 수 있다.
기자 또한 10억원 이상의 대출을 빌려 갈아타려고 했던 수요 중 한 명이다. 기자도 남편 연봉이랑 계산하면 매월 원리금 상환과 아이 교육비, 생활비 등을 모두 합친 비용을 빼면 딱 100만원이 남는 계산이었다. "마이너스만 아니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는 지론 하에 100만원이나 남는다며 시도했던 주택 갈아타기였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세금'이었다. 내년 세제개편 등을 지켜봐야 한다는 변수가 생긴 것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수천만원 이상의 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했던 기억이 다시금 등골을 서늘게 했다. 매월 100만원을 남기면 세금납부도 못하는 상황까지 직면할 우려까지 계산해야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한 발 물러서는 것도 이기는 것이라며 이제부터는 세금을 내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주택을 매도해야 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영끌은 매월 상환금 부담을 이겨낼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매월 상환금 부담과 매년 납부해야 할 세금 부담까지 철저하게 계산하지 않으면 함부로 갈아타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 아파트값 상승세는 '사이버 머니'일 뿐 실제 수령하지 못한 금액이다. 사이버 머니에 너무 취해 당장 지급해야 할 비용 부담을 생각지 못하면, 안하니만 못한 '영끌'이 돼버리는 셈이다. 올해 서울 강남집값 상승세는 고스란히 내년 공시지가 상승에 반영되고 세제개편까지 적용되면 얼마를 납부해야 할지 머리가 아파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은 맛보기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와 같은 실책일지 아니면 정교하게 계산된 수싸움일지는 알 수 없다. 일단 지금은 한 발 물러설 때라는 것이다. 영끌의 무서움을 다시금 상기시킬 때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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