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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에 골리앗 또 졌다… 현대차, ‘부당정직’ 행정소송 2심도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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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7-08 13:11:26   폰트크기 변경      
‘간부노조 설립 주도’ 현승건씨, 2년 연속 정직 징계

法 “일부 징계사유 중첩… 이중징계”

판결 확정되면 ‘명예사원증’ 발급 가능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현대자동차가 ‘부당정직’ 여부를 놓고 퇴사한 근로자와 벌인 행정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도 패소했다.

두 차례 정직 징계 중 1차 정직 처분은 정당했지만, 2차 정직 처분은 ‘이중징계’로 부당하다는 이유다.


사진: 대한경제 DB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현대차가 “부당정직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현대차 차장급 직원 출신인 현승건씨다. 1990년 입사해 2021년 정년퇴직한 현씨는 과거 현대차가 2004년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불리한 취업규칙을 따로 만들자 이에 반발해 과장급 이상 간부 노조인 일반직지회 설립을 주도했다.

현씨는 2016~2018년 저조한 인사평가 결과를 받았다는 이유로 2019년 역량 향상 프로그램(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 PIP) 교육 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차는 2009년쯤부터 직전 3년간 누적 근무성적이 하위 2% 미만에 해당하는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PIP를 시행했다. PIP는 근무태도 향상이나 역량ㆍ성과 개선이라는 취지와 달리 사실상 직원의 징계해고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후 사측은 PIP 평가 결과도 저조하다며 ‘근무태도 및 근무성적 불량, 상사 업무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현씨를 징계위에 넘겨 2020년 3월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사측은 2019년 인사평가에서도 낮은 등급을 받았다는 이유로 현씨를 2020년 PIP 교육 대상자로 다시 선정했고, PIP 평가 결과를 근거로 2021년 5월 ‘근무태도 및 근무성적 불량’을 이유로 2년 연속으로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을 내렸다.

현대차는 25년 이상 장기근속한 퇴직자에게 명예사원증을 주는데, 정직 이상 징계를 2회 이상 받으면 발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현씨는 ‘부당정직’이라고 주장하며 노동위에 구제신청을 냈다. 지방노동위는 구제신청을 기각했지만, 중노위는 “2차 정직 일부 징계사유가 1차 정직 징계사유와 중첩돼 이중징계”라며 현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현대차는 중노위 재심판정은 위법하다며 소송에 나섰다. 2차 정직은 2017~2019년까지의 인사평가 결과는 반영하지 않고 2020년 PIP 평가 결과에만 따른 것으로, 이중징계가 아니라는 게 사측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1심은 “2차 정직 중 일부 징계사유는 이중징계”라며 중노위 재심판정이 옳다고 봤다. 2차 정직 징계사유에 2017~2019년까지의 인사평가 결과가 포함된다고 봐야 하고, 따라서 2차 정직은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1심의 판단이었다.

현대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현씨에 대한 징계사유에는 2020년 PIP 평가 결과와 별도로 2017~2019년까지의 인사평가 결과가 등급과 함께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고, 징계위에서도 이를 부의내용으로 언급한 점 등에 비춰 보면 사측이 2차 정직을 하면서 2020년 PIP 평가 결과만을 징계사유로 삼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현씨가 1차 정직을 문제 삼아 낸 소송은 1심과 마찬가지로 정직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2차 정직 관련 판결이 확정되면 현씨는 현대차 명예사원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명예사원증을 받으면 현대차 차량이나 부품을 구입할 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씨는 <대한경제>와의 통화에서 “대기업과의 싸움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도 하는데, 개인이 법률대리인 없이 대형 로펌과 손잡은 대기업을 상대로 승소하기 쉽지 않아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현씨는 퇴사 이후에도 현대차와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현씨는 간부사원 취업규칙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파기환송심 사건의 선정당사자로 소송을 이끌고 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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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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