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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밀라노 포르텔로공원 내 조성된 시간의정원을 걷고 있다. / 사진 : 서울시 제공 |
[대한경제=임성엽 기자]서울 일상을 ‘정원’으로 조성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앞으로 정원조성 초점을 ‘지속가능성’에 맞췄다. 이탈리아 유명 정원에서의 실패 사례를 보고, 서울에선 이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목표다.
6일 새벽(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포르텔로 공원을 방문한 오세훈 시장은 공원 내 조성한 ‘시간의 정원’ 정상에서 “이렇게 관리할 거면 안 만드는 게 낫다”고 밝혔다.
공원 방문은 서울시 대표단 원 시찰일정에는 포함했다가 공원관리가 엉망이라는 현지 관계자 조언을 듣고 일정에서 제외했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관리가 안 돼 있다’는 정보와 ‘직접 듣고 보는 것’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 이른 새벽 일정을 조정해 포르텔로 공원을 찾았다.
공원 내 시간의 정원은 찰스 젠크스 설계로 지난 2022년 완공했다. 완공 1년 후 유럽 정원상 2위에 오른 걸작으로 꼽혔다. 언덕을 따라 나선형, 계단식 산책로 조성과 함께 365개의 타일, 12개월의 금속 표식 등 시간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한 장소다. 순천만 정원박람회에서의 대표 정원도 이 작가가 설계했다.
문제는 관리였다. 완공된 지 3년 만에 이 정원은 말 그대로 방치됐다. 무성히 자란 풀 때문에 정원으로 향하는 입구를 찾는데 헤맬 정도였다. 이 정원의 대표 모델인 나선형 산책로 옆 곳곳에는 쓰레기들이 무성히 자란 풀들과 함께 섞여 있었다. 특히 정원 정상 한가운데 조형물 주변에는 깨진 유리병과 각종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오세훈 시장은 이 현장을 직접 보고 앞으로 지속할 서울국제정원박람회나 서울 전역에 조성될 정원 조성의 1순위 가치를 ‘지속 가능성’으로 설정했다. 아무리 국제적인 디자인과 참신함, 아름다움으로 무장한 정원을 선보인들, 포르텔로 공원 내 시간의 정원 실패 사례처럼 관리가 안 된 정원은 정원으로서의 가치는 사라지고, 우범지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이 사례는 국내 정원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례로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행사 기간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만들어진 정원 명소들이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실제 지난해 열린 뚝섬 정원박람회 장소를 불시에 방문해 정원이 박람회 당시처럼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그는 “포르텔로 공원이 주는 교훈은 정원을 만들 때 나중에 관리를 덜 할 때에도 생명력 있는 정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 의욕만 앞서서 만들면 쓰레기장이 된다”며 “정원박람회는 계속 보존하는 게 더 큰 의미가 있다. 지속 가능하게 관리할 자신이 있는 형태로 정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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