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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문화재 보물창고' 다보성갤러리에 중국 감정가들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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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7-08 16:33:59   폰트크기 변경      
중국 골동품 감정 최고 권위자 션지아신 - 천커타오 방한 ...희귀한 유물 30여점 감정

중국 문화재가 최근 세계 미술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고미술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시진핑이 집권하면서부터다. 시진핑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의미하는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선언하자 잘나가던 현대미술이 급격히 꺾이고, 고미술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었다. 문화예술 부흥에 동참하는 중국 수집가들이 서양인이 소장한 골동품을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몽땅 사들이면서 가격도 폭등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중국 미술시장의 중심축이 현대미술에서 고미술로 이동하면서 ‘중국 문화유산의 보물창고‘ 로 알려진 서울의 다보성갤러리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 고미술 시장 및 감정 전문가들의 한국 방문이 줄을 잇고, 세계 각국에서 컬렉터들의 홈페이지 접속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2년간 9차례 열린 온라인경매에도 상당한 낙찰 실적을 올리며 중국 문화재 거래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중국 골동품 감정전문가   션지아신(왼쪽)과 천거타오가  북송시대의 관요로 추정되는 ’미황유 능화형 화고’를 정밀하게  검증하고 있다.                                                                                                                                                                                       사진=다보성갤러리  제공


▲중국 유물 감정 전문가 방한

8일 중국 골동품 감정 권위자 션지아신 상하이 서에가협회 부주석과 천커타오 상하이 소장협회 상무 부회장이 나란히 다보성을 찾아 다양한 소장품들을 감정하고. 설명회도 갖었다.

션지아신은 중국 문화부 예술품평가위원회 서화 감정위원, 베이징대학 서예예술연구소 객원교수, 푸단대 중화 고서 보호연구원 등을 맡아 골동품 감정에 최고 권위자로 정평이 나있다. 또 상하이 서화 골동품 수집에 관록을 자랑하는 천커타오 부회장은 가격인증센터 감정평가 전문가, 국제소장품 회사 대표, 상하이 옥션 유한 책임회사 선임 고문으로 활동하며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 서화, 도자기, 고미술품, 문물연구에 힘쓰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조맹부의 ’원각경금니사경‘을 비롯해 홍일법사의 ’금강경나한도‘와 ’관경나한도‘,’홍루몽‘을 그린 화첩 6권 등을 포함해 다수의 미공개 도자기와 유물들을 심도 있게 감정했다.

먼저 북송시대 궁중 납품용 도자기만을 제작했던 여요의 ’천청유 금구 지추병‘를 이리 저리 돌려 봤다. ’천청유 금구 지추병‘는 좁고 긴 목에서부터 각이 진 어깨선, 안정적인 평저(平底)의 생김새가 망치를 닮았다. 금가루를 덧씌운 금구(金口)로 제작돼 황족이나 귀족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은은하고 부드러운 하늘빛이 감도는 색감을 자아낸다.

션지아신 상하이 서에가협회 부주석은 북송시대의 여요 ’개합 화형 잔탁‘를 만지며 작품성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여요(汝窯)에서 제작된 이 도자기는 뚜껑 있는 잔과 꽃잎 모양 받침대로 구성된 잔탁으로 차(茶) 혹은 술(酒)을 담는 제기 용도로 추정된다. 그는 “여요 특유의 단정한 기형과 은은한 색조, 표면의 세밀한 균열문(開片)을 모두 갖춘 점에서 기품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북송나라 시대 여요에서 제작된 ’청룡사 어제 도자 금강령‘도 중국 감정 전문가들의 손길을 탔다.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법구인 금강령(金刚铃) 모양의 이 청자는 고부(鈷部), 손잡이, 몸체의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손잡이 부분에는 사천왕의 얼굴이 그려져 있고, 몸체에는 산스크리트어로 된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전문가들은 굽 바닥에는 '대송 여요 청룡사 어제'라는 명문을 가르키며 “북송 시기의 유물임을 나타내는 관지(官志)로 매우 희귀한 사례로 평가된다”며 “현재 여주지역의 여요가 있던 곳으로, 고고학계에서는 이곳을 '청량사(靑凉寺)'로 추정한는 견해가 널리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감정 전문가들은 북송시대의 관요로 추정되는 ’미황유 능화형 화고’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꽃잎처럼 펼쳐진 구연부와 길게 뻗은 목, 볼록한 곡선을 이루는 둥근 복부, 안정감 있는 넓은 꽃 모양의 굽을 지닌 화고(花觚)다. 화고는 본래 꽃을 꽂는 병의 일종으로, 미적 요소가 강조되어 귀족 계층의 애장품으로 여겨진다.

 이들은 “관요(官窯)는 도자기의 질감뿐만 아니라 유약 색채의 아름다움도 중시한 만큼 천청, 분청, 미황, 유회색 등 다양한 색상이 있다”며 “도자기 안팎에 고르게 나타난 섬세한 빙렬무늬와 광택으로 미루어 보아, 이 화고는 황실이나 귀족 계층을 위한 부장품으로 추정된다”입을 모았다.

북송시대 건륭 황제의 어보에도 안목 감정의 잣대를 들이댔다. 두 사람은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희귀한 걸작이란 점에 주목했다. 건륭 황제의 어보는 일반적인 인장과 다른 독특한 특징이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글씨는 ‘경각자(鏡刻字, 거울에 새긴 글씨)’로 새겨져 있어, 거울에 비춰야 올바르게 읽을 수 있죠. 이러한 독특한 제작 방식은 이 인장이 특별한 가치를 지닌 유물입니다. 손잡이 부분에는 두 마리 새끼를 거느린 어미 사자가 포효하는 모습을 새겨 황제가 백성을 향한 자애로움을 은유했지요.”

이밖에 원나라 말기 명나라 초기에 제작된 ‘청화 유리홍 운룡시주문 유개호’ , 명나라 ‘유리홍 인물고사도 개관’와 ‘청화 철채 사슴형 향로’, 청나라 시대 법랑채 도자기, 복숭아 나무가 정교하게 그려진 청나라 시대의 접시 등이 감정 전문가들의 감정의 눈길이 꽂혔다.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가운데)이 중국 골동품 감정 전문가들과 함께 조맹부의 '원각경금니사경'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다보성갤러리  제공


작년에는 고미술 전문가 예페이란 중국 문물학회 감정위원회 위원, 유휘 중국 베이징 고궁박물관 과학연구처장 겸 국가문물감정위원회 위원, 구팡 중국 소장가협회 학술연구부 전문위원이 다보성갤러리를 찾아 처음 공개된 중국 유산을 감정했다.

서울을 찾은 이들은 “한국인들이 소장한 작품을 보면서 중국 고미술의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며 “일부 작품들은 검증을 완료하면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상당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아 격찬했다.

▲500만명 홈페이지 접속

다보성갤러리가 국제 무대에서 중국문화재 ‘보물창고’로 알려지면서 미국 중국 유럽 등에 거주하는 애호가들의 홈페이지 접속도 늘고 있다. 지난 3년간 500만명이 접속해 중국유물을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다보성갤러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다보성이 소장하고 있는 중국 유물만 해도 신석기 문명인 '홍산(紅山)문화' 시대의 토기로부터 당나라 때의 채회도용(彩繪陶俑), 송나라 때의 정요(定窯)백자, 명나라 백자 '대명만력년제 관청화인문사뉴개관', 원나라 도자기 '청화귀곡자하산문지통', 청나라 때 채색자기 '건륭년제 관법랑채화조문봉퇴병'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다보성에는 현재 중국 관련 유물과 문화재 5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김종춘 회장이 중국 고미술품의 가치를 인지하고, 40년 전부터 애써 수집한 결과물이다. 김 회장은 △신석기-한대 명기 △삼국-당대 문화유산 △송대 다기 종합 △원(元)대와 명(明)대 문화 △북송 정요 △청대 도자기 등을 두루 유통시키는 중국문화재 시장의 ‘큰 손’이 됐다.

▲온라인 경매도 활기

다보성갤러리는 중국미술품에 대한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중저가 작품 위주의 온라인경매도 실시하고 있다. 작년말 9번째 온라인 경매를 성황리에 마친 다보성갤러리의 올해 평균 낙찰율은 50~60% 수준. 명영락 유리홍 서과문 개관, 명선덕 오채 용문 매병, 장태정 죽림칠현 먹, 청 박고도 비연호 등 희귀한 작품들에 열띤 응찰이 이어졌다.

김종춘 회장은 “다양한 유물들을 다수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공개를 해서 검증도 받고, 평가도 받기 위해 온라인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말에 20~30점의 진귀한 유물들을 엄선해서 오프라인 경매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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