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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운데)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안철수 의원의 전격 사퇴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조차 못 한 채 좌초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인적 청산’을 둘러싸고 당 지도부와 이른바 ‘친윤석열계’인 구주류, ‘친한동훈계’ 사이의 복잡한 셈법이 전개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안철수 혁신위원장이 사퇴했다”며 “당의 변화와 쇄신을 바라보고 계신 당원 동지들과 국민께 혼란을 드려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신임 혁신위원장을 모시고 당의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의원 사퇴 여파로 혁신위가 동력을 크게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후보 교체를 추진했던 책임자 2명에 대한 조치와 혁신위원 인선을 놓고 지도부와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밝힌 만큼 누가 혁신위원장이 되더라도 주도적으로 혁신안을 관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안 의원이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비열한 행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일부 인사들이 자신의 이익 추구를 마치 공익인 양, 개혁인 양 포장하며 당을 내분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안 의원과 친한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도 SNS에 “분열의 언어로 혼란을 조장하고 그 혼란을 발판 삼아 개인의 지위를 탐하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반면 친한계는 연일 인적 청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6선의 조경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지난 1월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무려 45명의 의원이 관저 앞에 모였다”며 “인적 청산의 대상은 대폭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뼈저린 반성과 2선 후퇴가 이뤄지지 않고, 핵심 인사들이 정계 은퇴 같은 결단을 내리지 않는 모습에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계파간 갈등이 격화됨에 따라 당 혁신 논의는 다음달 중순 열릴 전당대회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안 의원과 조 의원이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가운데 지난 대선 국민의힘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전 대표, 나경원 의원, 장동혁 의원,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치권에선 당장 누가 혁신위원장이 되더라도 국민의힘의 근본적인 쇄신을 이루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안 의원이 사퇴 이유로 밝힌 것처럼 혁신위원 면면이 친윤이나 구주류 세력으로 채워진 상태에서는 누가 혁신위원장으로 와도 들러리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인요한, 최재형 혁신위를 보더라도 혁신안을 냈지만 보여주기식에 그쳤다”고 짚었다.
또한 엄 소장은 무늬만 혁신위를 띄우기보다는 새 당대표가 주도해서 쇄신을 이루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대에 그치며 여당에 크게 뒤지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이루지 못하면 미래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권한이 거의 없는 혁신위원장을 내세우기보다는 새롭게 뽑히는 당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서 당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혁신을 이루는 것이 급선무”라고 제언했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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