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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에 아울레티 광장 일부 전경. / 사진 : 임성엽 기자 |
[대한경제=임성엽 기자]4일 오후 3시 이탈리아 밀라노 포르타누오바(Porta Nuova) 개발지역 내 가에 아울레티 광장. 지름 100m 규모의 원형광장을 중심으로 쇼핑, 카페, 공연시설들이 즐비해 평일 낮임에도 시민들이 모여 활기가 넘쳤다.
복합문화시설들 뒤로는 첨탑이 인상적인 이탈리아 최대 마천루(231m) 유니크레딧 본사 빌딩과 수직 정원 보스코 버티칼레 아파트 등 고층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2003년 시작돼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포르타누오바는 낙후된 폐철도부지, 산업지대를 이탈리아 핵심 업무지구로 탈바꿈시킨 복합 재개발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성공은 공공이 규제를 무기로 한 개발 권한을 민간에게 모두 내려놓으면서 이뤄질 수 있었다.
이탈리아 건축계와 현지에서 활동 중인 최지혜 마그마 프로젝트 대표(건축사)에 따르면 29만여㎡ 규모의 포르타누오바 부지는 롬바르디아 주 청사에서 불과 5분 거리, 밀라노 중심부에 있었음에도 지난 50여 년간 버려진 땅이었다. 이 부지는 원래 가리발디-레푸블리카 기차역 부지로 기차역이 밀라노 중앙역으로 통합, 폐쇄되면서 방치됐다.
밀라노시는 자체 개발을 추진했지만, 밀라노시(70%), 이탈리아 철도청(3%), 민간(27%) 등 복잡한 지분 구조로 번번이 실패했다고 한다. 개발사업에 물꼬를 튼 건 민간이었다. 밀라노시는 2000년 들어 법률 개정을 통해 민간에게 개발 권한을 이양했다.
최지혜 대표는 “포르타누오바는 지난 50년간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공간이었다. 밀라노시에서 개발을 추진했지만, 민간소유 지분이 복잡하게 얽혀 몇 번이나 무산된 상태로 남아있었다”며 “밀라노시가 통합ㆍ중재 방식을 가동해 민간이 투자하는 방식으로 사업방식을 재편하면서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공이 ‘규제’ 빗장을 풀자 사업은 속도가 붙었다. 이탈리아 최대 디벨로퍼 코이마(COIMA) 그룹은 미국 글로벌 디벨로퍼인 하인즈와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이들 합작회사는 50년간 해묵은 민간소유자 지분 문제를 해결해냈다.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민간입장에선 공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절박함과 창의성을 이끌어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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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중앙)이 수직 정원으로 건축된 보스코 버티칼레 아파트를 시찰하고 있다. / 사진 : 임성엽 기자 |
개발프로젝트를 민간이 주도하면서 버려진 땅은 이탈리아 내에서도 가장 수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新 복합지구로 변모했다. 실제 포르타누오바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첨단 IT 시설의 유럽사옥이 입주했고 수직 정원 아파트는 분양 대비 20% 이상 가치가 상승했다.
포르타누오바 재개발사업은 20년 동안 건설을 통해 직접 고용을 촉진했고, 복합지구 내에서만 매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직접 일자리도 4500개씩 새로 나타나고 있다.
최지혜 대표는 “투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성공적인 프로젝트”라며 “민간투자자는 30% 이상의 이득을 얻고, 이를 마중물로 다른 프로젝트들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르타누오바는 국내 주택ㆍ부동산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공 측면에서 보면 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개발 ‘난제’도 민간에서 실마리를 찾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개발성공사례를 두 눈으로 확인한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 관내 정비사업이나 개발사업에 추가 규제완화를 시사했다.
오 시장은 “화이트사이트, 비욘드조닝 같은 인센티브를 국토교통부와 잘 협의해 좀 더 과격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며 “특히 서울시는 국립보건원, 창동차량기지 등 입지 좋은 빈 공간이 적은데 혁신디자인 인센티브 등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 비엔나나 밀라노에서 보았던 벤치마킹하고 싶은 공간과 분위기를 연출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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