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기금 앵커리츠 초과 수익 얻지만
개발앵커리츠 5% 수준 확정 수익률 예상
조만간 AMC 공모…민간 투자 유치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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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권해석 기자]정부가 부동산 개발 사업 초기 토지매입 단계에 투자하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선진화 마중물 개발앵커리츠(부동산투자회사)’의 민간 출자금액을 당초 계획보다 2배로 높이기로 했다. 국회가 추가경정예산 심사 과정에서 정부의 앵커리츠 출자금 규모를 줄인 데 따른 조치다. 연 5% 수준의 목표 수익률을 제시할 개발앵커리츠에 투자할 민간 금융기관 유치가 더 중요해졌다.
9일 정부와 리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000억원으로 계획했던 PF 선진화 개발앵커리츠의 민간 출자 금액을 2000억원으로 높일 예정이다.
개발앵커리츠는 부동산 PF 사업이 토지 매입 단계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되는 정책 리츠다. 토지 매입을 위해 빌린 브릿지론(착공 전 단기자금)을 상환하지 못해 부동산 개발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개발앵커리츠가 저렴한 비용으로 브릿지론을 대체해 부동산 PF 시장의 부실화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애초 정부는 개발앵커리츠에 3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하고, 추경안에 반영했다. 정부 출자금에 민간에서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총 자본금 4000억원 규모의 개발앵커리츠를 설립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지난 4일 국회를 통과한 추경에는 정부 출자금 규모가 2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이에 정부는 원래 계획했던 개발앵커리츠의 자본금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민간 투자금액을 2000억원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개발앵커리츠의 자본금은 정부 출자금과 민간 투자금이 1대1로 매칭이 되도록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앵커리츠의 자본금이 줄면 적정 규모의 투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리츠는 자본금의 2배까지 차입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자본금이 줄면 차입할 수 있는 금액도 감소하게 된다.
정부는 개발앵커리츠의 목표 수익률을 연 5∼6% 수준으로 책정한다는 방침이다. 상장리츠 투자를 위해 앞서 설립된 주택도시기금 앵커리츠의 목표 수익률도 연 5% 수준이라는 점이 고려됐다는 평가다. 코람코자산신탁이 운용하고 있는 주택도시기금 앵커리츠는 지난해 8% 가량의 수익을 올리는 등 목표 수익률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개발앵커리츠의 투자 구조를 고려하면 목표 수익률을 상회하는 초과 수익률을 올리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발앵커리츠는 토지매입 단계에 있는 부동산 개발 리츠나 시행법인에 지분투자하고, 본 PF(착공 후 장기자금) 단계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이 때문에 투자하는 상장리츠의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주택도시기금 앵커리츠와 달리 이번 개발앵커리츠는 확정 수익률이 적용될 공산이 크다. 정부가 지분투자 뿐만 아니라 대출 투자도 고려하고 있지만, 정책 리츠 특성을 감안하면 10%가 넘는 높은 대출 이자율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정책 리츠 특성을 고려할 때 수익률이 투자 결정에 핵심적인 고려 대상은 아닐 수 있다면서도 연 5% 수준의 수익률 자체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라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앵커리츠 투자 수요가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기관에 따라 10% 가까운 수익률을 투자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조만간 개발앵커리츠를 운용할 AMC(자산관리회사) 공모 작업에 나설 예정인데, 결국 민간 자금 유치 역량이 AMC 선정에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한편, 국토부는 이달 중에 부동산 개발업계와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개발앵커리츠 설명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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