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틈새시장 공략
작지만 넓은 실내…운전하기 편안한 車
LG엔솔 배터리…1회 충전 460㎞ 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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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닉 E-Tech 100% 일렉트릭./사진: 강주현 기자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르노 ‘세닉 E-Tech 100% 일렉트릭’(세닉)의 목표는 명확하다. 현대차ㆍ기아, 테슬라 전기차의 대안이다. 니치마켓(틈새시장) 공략인데, ‘남들과 다른’ 개성 넘치는 고객이 핵심 타깃이다. 국내에 999대만 들여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격은 충분하다. 프랑스산 특유의 감성 디자인은 획일화된 전기차 디자인과 차별화된다. 로장주 엠블럼을 중심으로 펼쳐진 다이아몬드 패턴, 20인치 오라클 휠, 솔라베이 파노라믹 선루프까지.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함이다. 형광색 바탕과 사선 디자인이 적용된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도 심미적 만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NCM 배터리를 탑재했다. 87㎾h 용량이라 1회 충전만으로 최대 460㎞ 주행이 가능하다. 유럽에선 600㎞ 이상 주행거리를 인정받았다. 여기에 전장 4470㎜의 소형차라 부담없는 운전이 가능하다. 스티어링 휠 패들로 회생제동을 5단계까지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데, 1∼2단계로 두면 내연기관 혹은 하이브리드 수준의 주행질감을 제공한다. 전기차가 낯선 운전자에게 제격이다.
전기차 치고 운동 능력이 아주 탁월하진 않다. 160㎾(218마력)의 모터가 발휘하는 제로백 성능은 7.9초, 가속시 전기차 특유의 펀치력도 느끼기 어렵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해도 극적인 변화는 없다. 운전의 재미를 선호한다면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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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딩 코스 주행 중인 세닉./영상: 강주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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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닉의 디지털 클러스터 디자인./영상: 강주현 기자 |
반대로 보면 안정적이다. 대부분의 주행 상황에선 차고 넘치는 동력 성능을 보이며, 작은 차체는 10.9m의 좁은 회전 직경 등과 어우려져 골목 사이도 쉽게 파고든다. 초보 운전자가 다루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레벨 2 수준의 주행 자동화를 지원하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도 장점이다.
실속도 갖췄다. 2785㎜의 준중형급 휠베이스로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키 186㎝ 남성이 탑승하기에도 1열과 2열 모두 모자람이 없었다. 2열 헤드룸도 충분하다.
정리하면 작지만 운전하기 쉽고, 실내는 넓은 차다. 이런 장점 덕분에 2024 유럽 올해의 차 타이틀을 석권했다. 따돌린 경쟁 차종이 무려 BMW 5시리즈, 기아 EV9이다. 유럽 모델은 구글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GAS가 상품성을 한층 높인다. 국내 모델엔 인증 문제로 빠진다. 순정 내비와 음성인식 기능 등이 미비한 이유다. 대신 유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시스템을 기본 탑재하고, 유럽 모델 대비 가격을 크게 낮췄다.
시작 가격이 서울시 기준, 보조금 적용 후 4600만원대다. 각종 옵션을 추가하면 5000만원이 넘어가겠지만, 원산지인 프랑스에서도 기본 7000만원에 판매되는 세닉이다. 7000만∼8000만원대 유럽산 전기차를 5000만원에 구매한다고 생각할 때 꽤 매력적이다.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지만, 르노코리아 입장에서 세닉은 손해보고 파는 차다. 최대한 좋은 가격을 책정한 만큼 호평받는 디자인으로 니치마켓을 파고들 계획이다.
아직 사전예약 단계지만 성과가 나쁘지 않다. 르노코리아는 국내 배정 물량 30% 정도는 이미 판매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국내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A/S 및 부품 수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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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닉 E-Tech 100% 일렉트릭 1열./영상: 강주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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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닉 E-Tech 100% 일렉트릭 2열./영상: 강주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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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닉 E-Tech 100% 일렉트릭./사진: 강주현 기자 |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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