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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백악관 제공]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향해 관세에 이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도 공식화했다. 오는 8월1일을 관세 합의 시한으로 정한 가운데 미국 측의 전방위 압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상ㆍ안보 문제를 위시해 양국간 주요 사안들을 모두 아우르는 ‘패키지딜’ 담판 전망에도 더욱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각국에 대한 서한 발송 등 관세 관련 설명을 하다가 한국을 콕 집어 방위비 분담금을 문제 삼았다. 핵심 동맹국이자 관세 협상국인 한국을 겨냥해 사실상 ‘기습’ 여론전을 펼친 것이란 분석이다.
트럼프는 “한국은 군대(주한미군)를 위해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고 밝힌 뒤 “한국은 많은 돈을 벌고 있고 아주 잘하고 있다. 하지만 자기 나라 군사력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한국을 재건했고, 그곳에 머물렀다”면서,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대해 “미국에 매우 적은 금액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방위비 인상은 1기 집권 당시부터 한국을 겨냥해 줄기차게 반복해 온 트럼프의 핵심 공약이다.
그는 이날도 1기 정부 당시 한국에 현재의 10배 수준인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원)를 분담금으로 내라고 요구했고, 한국 정부가 ‘난리가 나서’ 30억 달러 인상 선에 합의를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나는 전화 한 통으로 30억 달러를 벌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조작된 선거’ 때문에 재선에 실패했다며, 전임 바이든 정부를 겨냥해 “한국 정부가 바이든에 ‘트럼프가 우리를 끔찍하게 대했고 우리는 아무것도 내면 안 된다’고 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그(바이든)는 그걸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깎아줬다”고 거듭 비판했다.
트럼프 특유의 과장된 근거를 내세운 주장들도 반복했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규모를 4만5000명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2만8000명 정도다. 분담금 또한 1기 정부 때는 1000억 달러가 아닌 ‘50억 달러’를 요구했다.
트럼프가 ‘침소봉대’식 여론전을 토대로 각 국가와 분야를 막론한 전방위 압박을 강화해 나갈 것이란 견해에도 힘이 실린다. 비관세장벽 완화와 자동차ㆍ반도체 등 주력 분야의 현지 투자 확대, 주한미군 괌기지 재배치 등이 거론된다.
실제로 이날 트럼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ㆍNATO) 정상회의에서 ‘방위비 GDP 대비 5% 인상’을 이미 합의한 독일을 겨냥해서도 “주독 미군은 우리에게 엄청난 손실”이라고 재차 압박하기도 했다.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는 “트럼프 외교는 동맹의 가치보다 손익계산서를 우선시한다”며 “상황과 필요에 따라 언제든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전형적인 거래의 기술”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는 또 구리(50%), 의약품(200%)과 함께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도 예고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구리 관련 조사를 마쳤으며,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거쳐 7월 말이나 8월1일 관세가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약품과 반도체는 이달 말까지 조사를 마친 후 트럼프가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와 의약품은 한국의 주력 분야인 만큼 적용이 현실화될 경우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SNS를 통해 3주 연장된 8월1일에서 추가 연장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전날 추가 연장 가능성을 시사한 지 하루 만에 말을 또 바꾸는 ‘오락가락’ 행보로 상대국에 불안을 가중시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의 최대 관심 분야인 조선과 방위산업 협력 강화를 내세워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 내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9일 귀국하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방미 결과와 파악된 미국 측 요구사항 등을 토대로 다양한 방면에 걸친 종합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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